주담대 틀어막자 2금융 신용대출 쏠림
신용점수 높아도 은행 대출 어려워
금리 높아도 문턱 낮은 '불황형 대출' 몰려
2024-09-10 16:08:56 2024-09-10 18:10:0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을 높이자 막힌 대출 수요가 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쏠리는 양상입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와 중저신용자들의 신용도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주담대 이어 신용대출 조이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도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은행권 주담대를 조이자 2금융권 주담대로 수요가 몰렸습니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가산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은행권 신용대출도 막힌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문턱이 다 높아지고,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행을 앞두면서 지난달 2금융 주담대 수요가 늘었습니다. 삼성생명(032830)·한화생명(088350)·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주담대는 8월 기준으로 한 달새 3832억원 늘었습니다.
 
결국 규제가 본격 시행된 이달 삼성생명은 지난 3일부터 유주택자의 주담대를 중단했고, 한화생명은 주담대 물량 소진으로 지난 5일부터 접수를 조기 마감했습니다. 교보생명도 주담대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신용대출 쏠림을 막기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미 시중은행은 스트레스 DSR 2단계 강화 이전부터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도 문턱을 높였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기준으로 사용하는 KCB 점수를 등급별로 살펴보면 942점~1000점(1등급), 891점~941점(2등급), 832점~890점(3등급), 768점~831점(4등급), 698점~767점(5등급), 630점~697점(6등급), 530점~629점(7등급), 454점~529점(8등급), 335점~453점(9등급), 0점~334점(10등급)으로 구분됩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평균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3등급은 신용대출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2등급도 일부만 간신히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만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불과 닷새 만에 4759억원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8월 한 달 동안 증가액(7759억원)의 절반을 닷새 만에 넘어선 결과입니다.
 
5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지난 7월 기준 926.4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904.1점)보다 25점이나 높은데요. 은행권은 대출을 조이기 위해 대출 금리 또는 신용점수 기준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도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보험·카드사도 대출 빗장
 
1금융 신용대출에서도 밀린 금융 소비자들은 금리가 높지만 대출 문턱이 낮은 2금융 신용대출에 쏠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저축은행권에서는 이미 신용대출 관리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저축은행권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분기 기준 1조1031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5.0% 감소했는데요. 그러자 카드사의 고금리 대출로 수요가 몰렸습니다. 지난 7월 기준 신한·삼성카드(029780)·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전월(40조6059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이른바 '돌려막기'도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대환대출 잔액은 1조8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9% 늘었습니다. 카드론은 신용카드 소지자라면 별도의 심사 없이 36개월까지 최소 수백만원의 돈을 빌릴 수 있어, 대출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로 통합니다.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세를 잡기 위해 은행권에 자율적인 강화를 주문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대출 절벽에 대한 곡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에 대한 풍선효과로 번지면서 실수요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등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관련해 엇박자를 내면서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당국의 개입을 강력하게 시사했는데요. 논란이 일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개별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상황에 맞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정부의 기조와 의견을 같이한다는 뜻을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엄정 관리에 대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적절한 여신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등 부처 내 이견은 없다"며 "대출 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이 자체적 스케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은행장들에게) 말씀드렸다"고 밝혔습니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이 1·2금융권에서 대출에서 밀릴 경우 고금리인 카드론 등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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