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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RE100 법안 쏟아져
헌재 결정에 신재생에너지 지원 법안도 탄력
야권 "정부가 조속히 탄소중립 정책 수립해야"
태양광·풍력 세액공제 4년 연장 법안 등 발의
2024-09-10 15:44:36 2024-09-10 17:55:17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결정 후 신재생에너지 지원 법안이 탄력받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법안들이 속속 발의됐습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입법활동이 활발해진 것입니다.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 이행 계획에 원전을 담으려(CF100, 무탄소전원 100%)하고, 이를 위한 국제적 합의를 추진 중입니다. 그러면서 중장기 계획 수립도 늦춰진 셈인데 헌재 결정은 그런 정부를 재촉합니다. 야권에선 기존에 합의된 이행 수단인 신재생에너지를 밀고 나섰습니다. 현실적으로 RE100(신재생에너지 100%)은 국내 투자 시 걸림돌이 되고 있어, 기업들도 빠른 대책 마련을 호소했습니다.
 
 
 
헌재 결정에 신재생에너지 힘 받아
 
10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헌재는 2031년 이후 탄소중립 목표가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은 게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위헌이라 판단했습니다. 이에 국회는 2026년 2월28일까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법)을 수정해야 합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행 목표 설정이 빨라지게 됐습니다. 이는 수단이 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에도 힘이 실리는 배경입니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기준 40% 만큼 감축하겠다고 한 뒤 이후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40% 감축 목표 설정 당시 전력수급계획상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졌으나, 정권이 바뀌어 원전 부활 정책으로 인한 혼선이 생겼습니다. 전력수급계획에서도 다시 원전 비중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원전을 통한 탄소중립은 국제적으로 인정될지가 불확실합니다. 이에 정부가 원전 합의를 추진하는 과정이라, 중장기 계획 설정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헌재 결정이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애초 이번 헌재 결정은 기후환경단체들이 청구한 건입니다. 이들은 즉각 기후상설위원회 설치와 국회 법 개정 착수 등을 촉구했습니다. 야권에서도 헌재 결정을 반겼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개정안 검토에 곧바로 착수하겠다며 정부에도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날 조국혁신당도 헌재 판단을 들어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축소정책을 하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야권발로 신재생에너지 지원 법안들도 쏟아졌습니다. 전날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에는 전력망 설비의 입지선정 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의 생산량이 많은 입지의 우대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최근 같은당 박지혜 의원은 반도체, 이차전지와 동일하게 태양광, 풍력 관련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규정하고 세액공제 일몰기한을 2028년 12월31일까지 4년 연장하도록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당 내 김성환 의원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개정안'을 통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태양광 입지규제는 주거지역으로부터 100m 이내 범위에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주민참여형이거나 자가소비형일 경우 또는 지붕형 태양광이면 규제하지 않는 게 골자입니다.
 
국가 간 합의와 애플 합의는 별개
 
앞서 박지혜 의원 등은 기업들의 RE100 달성이 어려운 문제를 두고 국회서 논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지원 법안 발의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이 논의자리에서 참여해 현대차 전세계 11개 공장 중 한국의 RE100 전환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자체 진단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RE100 달성이 힘들어 수출 차질을 겪고 고용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삼성, LG 등 다른 기업 사정도 비슷합니다. RE100을 따지는 해외시장에 수출하려면 국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서(REC)를 구매해 신재생에너지 미달분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는 신재생에너지도 부족하고 REC 비용도 비싸다”고 기업들은 토로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중심의 CF100은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유럽 내에서도 탄소중립에 원전을 활용할지, 국가간 입장이 나뉩니다. CF100의 국제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야권에서도 국제 동향을 주시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CF100 합의와 별개로 RE100은 글로벌 기업간 약속입니다. 여기엔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 스스로 환경 규제를 설정해 중국 등 후발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CF100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상존합니다.
 
일례로 애플의 경우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부품 협력사 명단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미달성 시 공급망서 배제하겠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국내 삼성, LG, SK, 포스코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애플의 RE100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확정하지 않으면 기업은 정책을 신뢰할 수 없고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며 “환경정책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게 투자를 돕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RE100 달성 여부는 국내 투자 시 원청 대기업에서도 주문하는 사항이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래서 재생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현지 투자가 고려대상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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