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녹스, 감자 직후 계열사 빚 갚기 유증…주주 ‘분노’
신주인수권 없는 유증…기존주주 주식가치 희석 불가피
180% 유증에 오버행 우려…투자자들, 거래정지 탓에 대응도 못해
2024-09-20 06:00:00 2024-09-20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거래 중지 중인 알파녹스(전 솔고바이오(043100))가 최대주주 변경 직후 재무구조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부분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90% 무상감자를 단행한 데 이어 주주우선공모방식의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했습니다. 다만 알파녹스의 유증에 기존주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유증 방식이 기존주주들에게 불리한 데다, 유증 목적이 최대주주 계열사 채무상환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주주에 불리한 주주우선공모
 
(그래픽=뉴스토마토)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알파녹스는 지난 12일 32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90% 무상감자를 반영한 발행예정가액은 2250원으로 기준주가 대비 30%의 할인율이 적용됐습니다. 발행예정 신주 물량은 1440만주로 발행주식총수의 180.54%에 달합니다.
 
주주우선공모 방식은 기존주주들에게 우선적으로 유증 참여기회를 준다는 점은 같지만 일반적인 ‘주주배정’ 방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증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증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만큼 기존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이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주주배정 방식 유증에선 기존주주들에게 신주를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발행합니다. 이 신주인수권은 기타증권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통상 거래가격은 유증 발해가와 기존 주가의 차액 수준에서 결정되며,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신주인수권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습니다. 신주인수권을 매도해 주식가치 희석을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주주우선배정 방식은 이같은 신주인수권을 발행하지 않습니다. 유증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존주주에게는 불리한 방식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유증은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서기 동반되는 만큼 기준주가보다 높은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주주배정 방식의 경우 통상 20~25% 수준의 할인율이 일반적입니다.
 
알파녹스는 이번 유증에서 30%의 할인율을 제공했습니다. 감자 완료 기준 주가는 3200원이지만, 신주는 2250원에 살 수 있습니다. 신주인수권을 매도할 수 없는 만큼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기존주주들은 할인된 신주발행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또 주주우선배정방식은 기존주주의 초과청약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초과청약은 보유지분율을 넘어선 청약참여를 말합니다. 보통 최대 20%까지 초과청약이 가능합니다. 100주의 신주인수 권리를 가진 투자자라면 최대 120주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주주우선공모는 기존주주들의 지분율까지만 유증 참여가 가능합니다. 높은 할인율의 신주를 기존 지분율 이상으로 인수할 권리도 없는 것입니다.
 
발행주식총수의 180%에 달하는 대규모 유증을 선택한 것 역시 주주우선배정 방식의 유증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주주배정 유증의 경우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유증 주관사(증권사)가 이를 인수해 주지만, 주주우선공모는 실권주 인수계약이 없어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목표 조달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계열사 채무상환 목적…거래정지로 대응도 못해
 
알파녹스의 유증 목적과 시점도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알파녹스는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 324억원 중 132억원을 채무상환에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 19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업은행에서 차입한 98억원 중 53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며, 14회차 전환사채(CB) 70억원과 13회차 CB 9억원을 만기전 상환한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70억원의 14회차 CB의 주인이 알파녹스의 관계사라는 점입니다. 알파녹스는 지난 6월 최대주주가 MDS테크(086960)로 변경됐는데요. 14회차 CB는 MDS테크 자회사인 MDS인텔리전스가 인수했습니다. 최대주주 계열사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셈입니다. 
 
발행주식총수의 180%에 달하는 신주가 기존주가보다 저렴하게 발행될 예정이지만, 기존주주들은 유증에 대한 대응도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알파녹스가 유증 공시에 앞서 보통주 10주를 동일한 액면가의 1주로 병합하는 10대 1 무상감자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무상감자로 인해 알파녹스의 주식거래는 지난 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 상태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우선공모 방식의 경우 신주인수권이 발행되지 않아 기존주주들에게는 다소 불리한 방식”이라면서 “발행되는 신주물량이 많은데다, 주주우선공모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청약에 참여하는 주주들의 경우 단기 차익을 위해 유증 직후 매도에 나설 수 있어 오버행 이슈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파녹스 관계자는 “주주배정방식이 아닌 주주우선공모방식을 선택한 것은 경영진들의 판단으로 따로 대답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임시주총 당시 유증 계획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물음에는 “임시주총에서 따로 유증 관련 논의는 없었다”면서 “공시된 바 외에 거래정지 이후 따로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들에게 공지한 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알파녹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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