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호남 쟁탈전'…불붙는 '집안싸움'
이재명 "재보선 지면 지도체제 위기"
조국 "새로운 선택지 희망하는 분 많아"
2024-09-23 17:59:53 2024-09-23 17:59:5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오는 10·19 재보궐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남 영광과 곡성 두 곳의 기초단체장 선출이 예정된 호남 지역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 조국혁신당이 도전장을 던지면서입니다. 일찌감치 지역에 월세방을 얻어 표심을 공략하는 조국혁신당의 행보에 맞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전남으로 달려간 이재명…지도부 '총출동'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전남 영광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 출석하는 길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재보궐)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규모 보궐선거이긴 하지만 의미가 적지 않다"며 지도부가 총출동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것입니다. 
 
23일 낮 전남 영광군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도 "이번 보궐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곡성, 영광의 군수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에게 국민들이 다시 회초리를 들어서 책임을 묻는 그런 의미가 크다"며 민주당을 향한 지지를 거듭 호소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영광군민 여러분, 곡성군민 여러분, 전남도민 여러분께서 흡족하지 않다는 것 저희도 잘 알고 있다"고 조국혁신당의 약진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도 남겼는데요. 이어 그는 "'이번에 뭐 큰 선거도 아닌데 이번에는 한번 정신도 차리게 할 겸 다른 선택을 해볼까?' 이렇게 생각하시는 심정 이해한다"면서도 "좋은 후보를 저희가, 아니 여러분이 선택했으니 꼭 확실하게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해주시라"고 요청했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선거 막바지가 되면 후보들 공약은 다 비슷해진다. 결국 예산 확보를 실질적으로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예산 확보를) 무소속이나 소수정당이 잘하겠나, 아니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더 잘하겠나"라고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전남의 모든 주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민주당이 있는 힘껏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앞으로는 햇빛 연금과 바람 연금 혜택을 전남도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 전남을 대한민국 미래가 시작되는 앞선 도시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도시로 키워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장현 영광군수 예비후보가 19일 오전 전남 영광군 홍농읍 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약진'…호남 민심 '요동'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가 텃밭인 호남으로 달려가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는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의 우군을 자처했던 조국혁신당의 약진 때문인데요.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 조상래 곡성군수 후보를 낸 민주당에 맞서 조국혁신당은 장현 후보와 박웅두 후보를 각각 영광·곡성군수 재보궐 선거에 공천했습니다. 
 
이후 조국혁신당은 영광군과 곡성군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지역민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조국 대표가 5000㎞를 이동하며 민심을 청취했고, 지역 현장 최고위 회의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구애의 결과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는데요. <뉴스1·남도일보·아시아경제> 등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무선 90%·유선 10% 혼합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영광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에서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가 30.3%,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29.8%를 기록해 근소한 우세를 보였습니다.(12일 공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 37.3%, 조국혁신당 34.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국혁신당을 견제하는 발언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는데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적 중대시기에 국민적 관심사의 국회의결에 빠지는 소탐대실은 엄히 비판받아야 한다"며 "무엇이 중한지를 가리는 가리는 감각도, 왜 비판받는지를 성찰하는 염치조차 잃었다면 이미 고인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일침했습니다. 조국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 다수가 지역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난 19일의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것을 꼬집은 것입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저도 광주에서 맹활약 중인데 조국혁신당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만난 사람 중 조국혁신당의 조자도 꺼낸 사람이 없다"고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그는 "이재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조국혁신당이 끼어들면 안된다. 민주당 단일대오로 이재명에게 집중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입장입니다. 조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해 '상하기 시작한 물이다'라고 비방하는 분이 있는데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경쟁해야 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호남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집권당"이라며 "호남에서 정치 혁신, 새로운 선택지를 희망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 열망을 외면하고 경쟁을 억압하는 것이 바로 '상하기 시작하는 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대표는 또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누가 국민을 더 잘 섬길지 경쟁을 벌이는 상대"라며 "죽기 살기로 전쟁을 벌이는 적이나 멸절의 대상이 아니다. 난투극을 벌이면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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