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서울시가 한강버스 중 일부는 기존 계획인 하이브리드선박 대신 37억원이나 더 비싼 전기선박으로 바꾸어 도입했지만, 안전성 측면에서 전기선박은 하이브리드선박보다 특별히 우수하지 않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친환경'만 내세워 전기선박을 도입했는데, 하이브리드선박 역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값비싼' 전기선박의 장점은 사실상 없는 셈입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전기선박의 배터리 용량이 더 크기 때문에 사고 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7일 <뉴스토마토>가 두 선박의 위험성평가(HAZID, Hazard Identification)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기선박과 하이브리드선박의 '높은 위험(H)'은 모두 0건으로 동일했습니다. 중간 위험(M)은 전기선박이 41건(80%), 하이브리드선박 21건(40%)이었습니다. 낮은 위험(L)은 전기선박 10건, 하이브리드 31건이었습니다.
HAZID는 선박 설계, 건조 또는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미리 찾아내는 평가입니다. 이 가운데 높은 위험(H)은 반드시 개선 조치가 필요한 허용 불가 등급입니다. 중간 위험(M)은 개선 권고 등급으로,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가스 발생, 화재 전이, 전기 감전 등을 가리킵니다. 낮은 위험(L)은 추가 조치 없이 허용 가능한 등급입니다. 위성평가 보고서만 보면 전기선박의 중간 위험이 하이브리드선박보다 2배가량 더 높은 걸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HAZID는 이론적 검토에 그친 평가로써, 당장 전기선박이 더 위험하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전기선박과 하이브리드선박의 안정성은 큰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서울시가 왜 전기선박 도입을 강행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26일 <
(단독)'윗선 결재' 없이 160억 발주…한강버스 '전기추진체' 도입 의혹> 기사를 통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해 4월 내부 전결 규정도 거치지 않고 약 160억원 규모 전기선박 추진체 발주 공문을 단독 처리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SH공사는 2024년 1월 하이브리드추진체 8척 계약을 체결한 뒤, 그해 4월 이 중 4척을 전기추진체로 변경하는 공문을 상부 결재도 없이 업체로 발송했습니다.
SH공사가 전기선박 도입을 강행하며 내세운 명분은 친환경입니다. 디젤 발전기 없이 배터리로만 가는 전기선박이 환경을 보호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제반 요소를 고려하면 전기선박은 친환경 조건만 빼면 하이브리드선박보다 더 나은 면이 없습니다.
일다 전기선박은 하이브리드선박에 비해 가격이 더 비쌉니다. 선박 건조 계약서를 보면, 전기선박 4척의 총 건조비는 335억8850만원입니다. 선체 건조비 176억6050만원에 전기추진체 159억2800만원을 합친 금액입니다. 척당 약 84억원 수준입니다. 반면 하이브리드선박 8척은 총 372억9680만원이 듭니다. 선체 229억7680만원에 추진체 143억2000만원입니다. 척당 약 47억원입니다. 그러니까 단순 계산으로 따졌을 때 전기선박 1척이 하이브리드선박 1척보다 1.8배가량 더 비싼 겁니다.
심지어 본지가 이번에 입수한 위험성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선박은 하이브리드선박에 비해 특별히 안전하지도 않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전기선박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놨습니다. 한 선박 전문가는 "전기선박의 배터리 용량이 하이브리드선박보다 5배 크다"면서 "배터리가 더 크니까 위험도가 더 높은 건 당연하다. 수류탄 1개 하고 수류탄 1박스가 터지는 건 다르다. 사고 땐 전기선박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전기선박 배터리 용량(2354㎾h)이 하이브리드선박(460.8㎾h)의 약 5배에 달합니다.
하이브리드선박(사진 왼쪽)과 전기선박(오른쪽)에 대한 위험성평가(HAZID) 보고서. (사진=뉴스토마토)
그러면서도 정작 두 선박에 적용된 안전설비는 거의 동일했습니다. 즉 배터리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60분간 불길 확산을 막는 'A60 방열격벽', 폭발 위험을 줄이는 '방폭형 환기팬', 배터리에서 가스가 새면 감지하는 '가스감지기', 연기를 감지하는 '연기감지기',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자동소화장치',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감시하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은 전기선박과 하이브리드선박 양쪽에 모두 장착됐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가스감지기 종류입니다. 전기선박은 수소(H2) 감지기만 사용하는 반면, 하이브리드선박은 일산화탄소(CO)와 수소 감지기를 함께 씁니다. 하이브리드선박에는 디젤 발전기가 있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도 필요한 겁니다.
이 전문가는 전기선박의 배터리룸 구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전기선박은 배터리룸이 4개인데, 개 중 한 곳에서만 화재가 나도 옆 배터리룸으로 연쇄적으로 불이 번질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선박은 배터리룸이 1개뿐이라서 그런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선박은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발전기 전력으로 운항할 수 있고, 발전기가 고장나면 배터리만으로 운항할 수 있다"면서 "안전성·안정성 측면에선 하이브리드선박이 훨씬 낫다"고 했습니다.
지난 12일 한강버스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선착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한강버스 측은 "전기선박이 하이브리드선박 대비 친환경 측면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한강버스 측에 △전기선박이 하이브리드선박에 비해 '친환경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제공 △친환경을 강조했다면 애초부터 전기선박을 도입하면 되는데, 왜 최초엔 하이브리드선박으로 도입하기로 했는지 그 배경 등에 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