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가족 유대감이 사회성 높인다
미 콜롬비아대 연구팀 20년 추적
가족 관계는 사회적 자본의 뿌리
2026-02-03 09:23:23 2026-02-03 14:20:52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코호트(cohort) 연구 결과, 청소년기에 가족의 깊은 유대감(family connection)을 느낀 사람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사회적으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는 청소년기 가족 관계가 개인의 평생 사회적 관계 형성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제공합니다.
 
콜롬비아대 의과대학 임상 소아과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휘태커(Robert C. Whitaker) 박사를 비롯한 배세트 메디컬 센터 연구소(Bassett Medical Center Research Institute) 소속 연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 추적 조사인 “청소년기에서 성인기까지의 건강에 관한 전미 종단 연구(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to Adult Health)” 데이터를 바탕으로, 총 7018명의 청소년을 약 20년에 걸쳐 추적·관찰했습니다. 첫 조사가 이뤄졌을 때 대상자들은 7~12학년, 평균 약 16세였으며, 이후 이들이 성인이 된 28세와 37세 시점까지 여러 차례 설문이 진행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높은 사회적 유대 관계 형성하는 경우는 어린 시절 가족 관계가 가장 강했던 사람들이 가장 약했던 사람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대감 상위와 하위, 2.5배 차이
 
이제까지 사회성 발달 연구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런 방법은 기억의 불완전성과 현재 관점에서 과거를 평가하는 회상 편향 가능성에 매우 취약합니다. 연구진은 청소년기의 가족 유대감을 측정하기 위해 가족과의 친밀감, 정서적 지지, 가정 내에서의 유대 경험 등 5개 항목을 종합해 점수를 산출했습니다. 
 
성인기의 사회적 관계(social connection)는 친구 수, 친척·이웃과의 교류 빈도,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인식, 고립감 여부, 부모와의 관계, 파트너와의 관계 만족도 등 6개 항목을 통해 평가했습니다. 이는 사회적 관계를 단순한 교류 빈도가 아닌 관계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질적인 측면까지 포괄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분석에서는 청소년기 가족 유대감 점수가 상위 25%에 속한 집단과 하위 25%에 속한 집단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가족 유대감이 높았던 상위 집단은 성인이 되었을 때 높은 수준의 사회적 연결을 보일 확률이 39.5%였지만, 하위 집단은 16.1%에 그쳤습니다. 즉, 두 집단 사이에는 약 2.5배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인구통계학적 요인 등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이후에도 여전히 유의미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청소년기에 경험한 안정적이고 정서적인 가족의 유대가 성인기에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풍부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장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끈끈한 관계가 성인기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관계 만족도와 같은 외적 차원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자아 수용이나 삶의 목적 의식과 같은 내적 차원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통계적 연관성을 보인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최근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정신건강, 신체건강, 삶의 만족도 등 여러 건강 지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들이 활발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심리학과 사회학 분야의 여러 이론은 이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합니다. “어릴 때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가, 평생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결정한다”는 애착 이론(http://image.newstomato.com/newsimg/2026/2/3/1290016/attach.jpgment theory)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형성된 안정적인 정서적 유대감은 이후 타인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또한 글렌 엘더 주니어(Glen H. Elder Jr.) 같은 학자들이 주장하는 ‘아동기 장기 효과(long arm of childhood)’라는 개념은 초기 삶에서의 사회·정서적 조건이 성인이 된 이후의 건강과 사회적 기능에까지 오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발달심리학 연구들 역시 청소년기에 또래 관계의 중요성이 커지더라도, 가족 관계가 여전히 개인의 정체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가족 관계는 특정 시기에 한정된 경험이 아니라, 개인 생애 전반에 걸쳐 작용하는 사회적 자본과 관계 형성 능력의 뿌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경기 군포시 안양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민 무료 개방 행사에 가족 단위로 참가한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회적 고립은 공공보건 문제
 
소셜 미디어가 범람하고 대면 접촉이 줄어든 시대에, 외로움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현대사회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문제이며, 이는 정신건강 악화나 고령층의 건강 저하 등 여러 공공보건 이슈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역학자들은 불안, 심혈관 질환, 조기 사망 등 건강 결과에 미치는 고립의 역할에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가족 관계를 강화하는 프로그램과 상담 서비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가족 중심의 지원 정책은 청소년 시기에 그치지 않고, 이후 성인기의 사회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족의 유대가 성인이 된 이후의 관계적 삶에 장기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며, 인간 발달과 공공보건 정책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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