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피하니 호랑이굴…현대제철, 미국서 직면할 또 다른 ‘공급과잉’
올해 1천만톤 등 경쟁사 증설 봇물
3년 뒤 ‘출혈 경쟁’ 예상에 ‘속앓이’
2026-02-11 14:18:14 2026-02-11 15:48:5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국내 철강 시장 침체와 중국발 저가 공세,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섰지만, 미국에서도 ‘공급 과잉’이라는 또 다른 변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지 철강사들이 대규모 전기로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현대제철이 상업 생산을 계획한 2029년 전후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이 6일(현지시각) 미국 루이지애나 현대제철 트레이닝센터 착공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전기로 제철소의 상업 생산 목표인 2029년 1분기를 맞추기 위해 투자, 통합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총 투자비 58억달러(약 8조4726억원)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연간 27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통합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는 취임 후 첫 현장 경영지로 루이지애나를 택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각) 도널드슨빌을 찾아 제프 랜드리 주지사와 함께 ‘현대제철 트레이닝센터’ 착공식을 직접 주관했습니다. 제철소 본공사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인력 양성 시설부터 짓는 것은, 미국 내 숙련공 부족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해 2029년 상업 생산 시점을 단 하루라도 앞당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취임 직후 국내 사업장이 아닌 미국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그만큼 현지 경쟁 상황이 시급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가장 큰 위협은 현지 토종 경쟁사들의 선제적인 시장 선점입니다. 미국 철강 전문지 등에 따르면 US스틸은 아칸소주의 최신예 전기로 공장 ‘빅리버2’를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산 300만톤 규모로, 현대제철의 주력 타깃인 고급 자동차 강판과 전기강판을 생산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뉴코 역시 웨스트버지니아주 신공장을 올해 중반 가동할 예정이어서, 3년 뒤 진입하는 현대제철로서는 후발 주자의 불리함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 등 주요 분석기관들은 올해 북미 지역에서만 약 1000만톤에 육박하는 신규 전기로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철강 생산능력이 200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확장됐으며, 공급 과잉 현상이 올해 가격 하락 압력과 무역 분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로 핵심 부품사인 그래프텍은 지난 6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내 전기로 신규 설비 용량이 2000만 톤 넘게 대기 중"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제철 공장이 완공되는 2029년에는 시장 포화 상태가 정점에 달해, 진입과 동시에 수익성 확보를 위한 ‘치킨게임’을 벌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제철이 최근 당진제철소에서 보이고 있는 움직임 역시 이런 긴장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회사는 핵심 설비 이전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한 기술 검증과 준비 작업을 서두르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에서는 당진에서의 각종 시험 가동과 사전 점검이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설비가 설치되는 즉시 양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가까운 대응이라는 평가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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