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방정부 금고 88% 장악"…도 넘은 '농협 독과점'
지난해 1곳 더 늘었다…독과점 구조 고착화
서울·부산 빼고 모두 농협…수익성 문제 연결
깜깜이 '금고지기'…"투명성·경쟁 강화해야"
2026-02-12 06:00:00 2026-02-12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17곳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공공자금을 관리하는 '금고은행'으로 NH농협은행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했습니다. 10곳 중 8~9곳은 농협은행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독과점 구조 고착화가 지방정부 재정 운용 부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농협은행의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지자체 금고은행 관리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울 시내 한 농협은행 모습. (사진=뉴시스)
 
금고은행 경쟁 치열해도…지자체 꽉 잡은 '농협'
 
11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민주당 의원(대전 대덕)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협은행이 광역지자체 17곳 중 15곳의 금고(본청 기준)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역지자체 약 88%의 금고를 농협은행이 꽉 잡고 있는 겁니다.
 
'황금 알을 낳은 거위'로 통하는 지방 공공금고 시장에서 농협의 독과점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년 연속 상위 1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 점유율이 75% 이상을 차지할 때 독과점으로 규정합니다. 농협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4곳의 금고를 담당해왔으며, 지난해 15곳으로 1곳 더 늘었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16곳 광역지자체는 금고은행을 2곳씩 지정하고, 회계 처리에 맞게 자금을 구분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만 유일하게 농협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지자체는 지방회계법과 각 조례·규칙에 따라 금고 업무를 취급하는 은행을 지정합니다. 예산 등 공공자금을 지정 금고은행을 통해 보관·출납하고, 은행은 계약한 이자율에 맞춰 이자를 지급합니다. 은행의 경우 지자체 금고 운영권 획득이 수신 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데다 공신력과 상징성까지 가져갈 수 있어 금고 지정 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농협 다음으로는 신한은행이 서울·인천·강원·충북 등 4곳의 금고를 담당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어 하나은행 3곳(대전·세종·충남), KB국민은행 2곳(부산·경기)입니다. 주요 시중은행과 농협의 점유율 격차가 상당합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서울 일부 자치구와 경기 광명의 금고를 맡고 있습니다.
 
지역에 연고를 둔 은행은 해당 지역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iM뱅크(옛 대구은행)는 대구·경북, 광주은행은 광주·전남, 경남은행은 울산·경남의 금고은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 밖에 부산은행 부산, 전북은행 전북, 제주은행 제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독과점 타파 어려워"…지배구조·투명성 개선 목소리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지자체 금고 이자율이 제각각이라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게 다 주민들의 혈세"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1조원의 1%만 해도 100억원"이라며 "해당 도시의 민주주의 정도와 이자율을 비교·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지방회계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정부 금고 이자율 공개가 의무화됐는데요. 행안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광역지자체의 12개월 이상 정기예금 금리 평균은 2.61%로 집계됐습니다. 인천이 4.57%로 가장 높았고, 경북이 2.15%로 가장 낮았습니다. 두 지역의 금리 격차는 2배 이상입니다.
 
지자체의 이자율 격차를 재정운용 성과 비교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만큼 낮은 이자율을 보인 지자체는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당시 여당 안팎에선 "농협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농협과 지역과의 유착 등으로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상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에서 '지역 내 점포 수'가 중요해 농협의 독과점 구조 타파는 요원하다는 시각입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금고은행 선정 기준이 다 있는데,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지역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이다"며 "농협의 경우 지역농협을 포함하면 지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타행과 상대가 안 된다. 지점 수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농협의 낡은 지배구조 개선과 지자체 금고에 대한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이재명정부 들어 그간 대외비였던 지자체 금고 이자율을 공개한 만큼 정치권에서도 지방정부 재정 운용 관련 의제가 본격 논의될 전망입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번에 공개된 지자체 금고 이자율은 '약정 이자율'로, 실제 이자율은 발표가 안 됐다"며 "계약한 이자율에 비해 변동 금리, 중도 해지 등에 따른 실제 금리는 더욱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깜깜이 이자율' 개선과 더불어 은행간 경쟁도 강조했습니다. 정 소장은 "모든 문제는 경쟁이 없을 때 생긴다. 그나마 규모가 큰 도시는 덜한 편이지만 규모가 작을수록 농협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며 "금고은행 지정과 재정운용 관리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유착 관계 의심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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