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조’ 실탄 확보한 재계…설비·R&D 투자 ‘주목’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금성 자산↑
유동성 확보로 위기대응·투자 확대
롯데·한화, 회사채 통해 자금조달도
2026-02-24 15:54:12 2026-02-24 17:01:04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10대 그룹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년 새 200조원을 넘기며 곳간 채우기에 한창인 모습입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미국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설비투자(CAPEX)이나 연구개발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 LG전자, 포스코홀딩스, HD현대, 신세계 등 국내 10대 그룹 및 주요 계열사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총 205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169조원)대비 21.6% 증가한 수준입니다.
 
아직 작년 연결 현금흐름표나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은 SK(23조·이하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기준), 롯데지주(1조5000억원), 한화(10조원), GS(1조7000억원)의 현금 보유액까지 더할 경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30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현금성자산은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일종의 대기 투자자금으로 현금이나 수표, 예·적금뿐만 아니라 발행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 등이 포함되는데, 외부 충격이나 경기 급랭 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방어선’ 역할을 합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대기업의 투자 단위가 ‘조(兆) 단위’로 커진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성자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이 늘어나면서 현금이 쌓인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재무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어느 정도 가져가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주요 기업 현금 및 현금성자산 현황.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현금 증가세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은 ‘반도체 투톱’이 독보적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말 단기금융상품과 현금 및 현금성자산 총액이 125조82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7%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57조8564억원)은 7.7% 늘었고 단기금융상품은 15.4% 뛰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4조2000억원으로 무려 146.7%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현금창출력도 개선된 결과입니다.
 
실제 2023년 말 23조6000억원에 이르던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은 2024년말 11조300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보유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이 밖에 신세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451억원으로 1년 새 45% 증가했으며, LG와 LG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24%, 15.8% 늘었습니다. HD현대의 경우 5조6671억원에서 6조3675억원으로 12.4% 뛰었고, 포스코홀딩스의 기말 현금은 전년 동기보다 4% 오른 7조49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테헤란로를 따라 늘어선 서울 강남구의 고층 건물들. (사진=연합뉴스)
 
현금 보유량이 늘어나면서 투자 여력도 커질 전망입니다. 쌓아둔 현금을 바탕으로 추후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에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전력 기업의 경우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연초부터 설비투자 집행과 전략적 투자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청주, 용인, 평택 등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부족 상황에 대응해 올해 자본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전북 새만금에 수조 원을 투자해 신사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한편 한화와 롯데지주 등 그룹 차원에서 회사채를 통해 자금 모집에 나섰습니다. 롯데지주는 이날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며, 한화는 25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합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금융기관 차입금과 회사채로 구성된 차입금에 대해 만기 연장이나 차환 발행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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