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제재를 받은 합금철 제조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손해액 산정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합금철 업체들은 재무제표상 소송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 향후 감정 결과에 따른 ‘배상금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재무 충격이 우려됩니다.
16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DB메탈, 동일산업, 태경산업, 심팩 등 합금철 4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 법원은 손해액 산정을 위한 감정인 후보군을 검토하며 사건을 손해액 확정 단계로 진전시켰습니다.
해당 재판은 지난 2024년 3월 소 제기 이후 관련 담합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약 1년 2개월간 기일이 중단되는 등 소강상태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행정소송의 윤곽이 드러난 지난해 12월 11일 원고 측이 손해액 산정을 위한 감정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재판은 급반전됐습니다. 지난달까지 피고 업체들의 감정인 지정에 관한 의견서 제출이 잇따르며 양측의 공방이 본격화된 가운데, 법원이 감정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배상금 산정이라는 소송의 본궤도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특히 원고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측 소송에서 일부 감정인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여느 사건보다 손해액 산정 결과가 빠르게 도출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동일한 감정 논리가 적용돼 피고들에게 불리한 방식이 채택될 수 있어, 합금철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포스코 측에 담합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별 구체적인 담합 관여 정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내달 16일까지 기한을 정해 둔 상태입니다.
현재 DB메탈 등 피고 기업들은 해당 소송가액에 대해 충당부채를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발부채도 최초 소가 5억원 수준에서 인식하거나 그마저도 다루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원고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감정 결과가 나오면 청구 취지 확장을 통해 배상 청구액을 대폭 늘릴 전망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연결 재무제표상 연결실체의 전체 소송 유출액(충당부채)을 작년 말 기준 350억원 정도만 잡고 있어, 승소 시 적지 않은 소송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면, 피고 기업들은 영업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소송의 파괴력이 겹칩니다. 동일산업, 태경산업, 심팩 모두 코스피 상장사이나, 작년 3분기에 동일산업은 25억원 영업적자를 보는 등 배상금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DB메탈도 작년 1분기 33억원 영업적자를 봤습니다. 이 회사는 DB하이텍의 관계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가는 DB하이텍 지분법손익의 변수로 작용합니다. 태경산업과 심팩은 분기 영업흑자가 100억원 내외 수준이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양사의 배상 청구액이 늘어날 수 있어 부담이 상존합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초기 소가 5억원은 소송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선택일 뿐, 실제 배상 책임 규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정 절차를 통해 구체적인 손해액이 산출되는 시점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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