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게임 캐릭터와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던 인공지능(AI) 기술을 게임 밖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 개발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작동하는 '피지컬 AI'와 '산업용 AI'로 활용 범위를 넓히며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259960)과
엔씨소프트(036570)는 AI를 미래 성장의 한 축으로 삼고 게임 외 영역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게임 산업에서 축적한 가상환경 구축 역량을 로봇, 제조, 방산 등 현실 산업에 결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분야의 전략적 동맹을 구축하고 방위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 공동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크래프톤은 AI 연구 역량과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 한화가 보유한 방위 산업 및 제조업 인프라를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은 한화자산운용이 조성하는 글로벌 AI, 로보틱스, 방위 산업 펀드에도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 로보틱스 연구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하는 등 관련 투자와 연구 기반을 넓혀 왔습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크래프톤의 AI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운영 역량을 한화의 현장 기반 역량에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며 "향후 한화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공동 개발 성과를 사업화까지 연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AI 자회사 NC AI도 피지컬 AI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NC AI는 최근 현실의 물리적 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습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모델은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로봇이 현실 세계의 미세한 마찰이나 물리 변수 앞에서 오작동하는 이른바 'Sim2Real' 격차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NC AI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24개의 고난도 로봇 조작 태스크 기준 글로벌 최고 성능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대비 70% 수준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학습에 투입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은 글로벌 최고 성능 모델들의 25% 수준에 불과해 효율을 높였습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이번 WFM 연구 성과는 막대한 연산 자원에만 의존하던 기존 로봇 AI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정밀한 물리 이해와 최적화된 학습 아키텍처를 통해 실질적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한국 산업 특화형 로봇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사들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가상환경 구축 경험이 있습니다. 게임 개발사는 오랜 기간 3차원 가상 공간을 설계하고, 물리 엔진을 운용하며, 대규모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축적해왔습니다. 여기에 3D 에셋 제작 능력과 AI 캐릭터 운영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현실 환경을 모사하는 디지털 트윈과 로봇 학습 인프라 구축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 산업은 소프트웨어 역량이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분야고, AI 역시 게임 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활용돼 왔다"며 "NPC나 물리 엔진, 시뮬레이션처럼 게임 안에서 축적한 기술이 피지컬 AI와 방산, 산업 솔루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 교수는 "산업 전반에서 AI 관련 수요가 커지는 만큼 게임사들이 가진 소프트웨어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진=엔씨소프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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