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한 트럼프, 늪에 빠졌다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다시 '지상군 투입' 거론
2026-03-20 06:00:00 2026-03-20 06: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말만으로 이번 전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Trump Can't Spin His Way Out of This War)'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란 전쟁이 진행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부터 전략다운 전략을 갖고 있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들이 수십 년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베트남 심지어 1950년대의 이란 자체에서 반복해 온 실수를 되풀이했으며 △이란의 핵 보유를 막으려는 핵심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도 여전히 불분명하고 △세계경제 충격 대비책도 없다는 세 가지 전략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는 사업과 정치 경력 전반에 걸쳐 진실이 불편할 때 그것을 외면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했으며 그것이 자주 통했다"며 "그러나 트럼프의 허풍이 이란 전쟁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 대표 언론으로 꼽히는 <NYT>가 이란 전쟁의 앞날이 어둡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뉴욕타임스·가디언, 트럼프 실패·미국 패배 예측
 
영국 <가디언>은 더 신랄하다. 15일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 또다시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분석 기사는 "트럼프는 자신이 시작했지만 멈출 수 없는 이란과의 불법 전쟁에서 점점 패배하고 있다(He's steadily losing the illegal war with Iran he started but cannot stop)"면서 "굴욕적인 실패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으며, 이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만큼이나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적 자존심에 상징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맹비판했다. 
 
<가디언>은 전날 '이란 전쟁과 그 경제적 여파가 트럼프의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 기사에서도 "트럼프는 결국 패배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의 잔존 세력에 대한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모험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힘, 즉 미국 국민의 반대에 의해 패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전쟁은 처음부터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의심스러운 명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것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미국에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이 기사들에는 미국이 전투는 이기고 있지만 전쟁에서는 지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막강한 전력으로 전쟁을 지배하면서 이란 수뇌부도 제거했지만 전쟁 지도부가 와해되지 않았고, 전쟁 격화로 오히려 강경파가 더 득세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을 집중 공격하고 걸프만 6개국의 미군 기지와 해당 국가의 주요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한편, 결정적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트럼프의 격한 반응에서 그대로 드러났고, 국제사회가 이란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만천하에 공개됐다. 트럼프는 중국, 영국, 프랑스, 한국, 일본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구했다. 반응은 냉랭했다. EU(유럽연합)는 "우리 전쟁이 아니"라는 말까지 했다. 트럼프는 대노했다.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평생 그가 그렇게 화가 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의 대노는 오히려 그의 궁색함을 드러냈다. 애초 전쟁의 명분이 약해도 너무 약했다. 핵 협상 와중에 이란을 먼저 공격할 수밖에 없었던 '임박한 위협'을 트럼프 행정부는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 의회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계획이었고, 결국 이란이 미국에도 보복할 것이기 때문에 먼저 이란을 공격한 것"이라고 했다. '임박한 위협'은 이란의 공격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라는 얘기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루비오의 발언을 물타기 하려 했지만, 조셉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이란은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그 강력한 미국 내 로비의 압력으로 시작됐다"고 폭로하면서 물거품이 돼버렸다. 열성적인 '마가(MAGA)' 지지자로, 테러 위협 정보를 총괄하고 분석하는 핵심 인물이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표까지 냈다. 그 자신이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 참전용사인 켄트 국장은 2019년 시리아에서 군복무 중이던 부인을 자살폭탄 테러로 잃은, '골드스타' 유가족이기도 하다.
 
일방주의로 일관해 온 트럼프가 동맹국들에 외면당하고, 핵심 지지층까지 이반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그가 지상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개전 직후인 지난 2일에는 "지상군에 관한 '울렁증'(yips)은 없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 "지상군 투입은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번복했다.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드론이 연료 탱크를 타격해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다시 "지상작전 전혀 두렵지 않다"…핵물질 탈취작전 고심?
 
<NYT>는 17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폭탄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탈취하거나 파괴하는 작전을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며 "그는 16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상 작전(ground operations)은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이란이 순도 60%의 고농축우라늄 440㎏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이 농축우라늄을 확보한다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란 전쟁을 종결하는 승전 명분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NYT>는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위험한 군사작전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이나 마두로 체포 작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할 것"이라며 "모든 핵연료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만약 핵연료 용기가 뚫리면 새어 나오는 가스는 독성이 강하고 방사능을 띤다. 용기들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핵반응이 가속적으로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의 7.5배 면적에 92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이란은 평균 해발고도가 1200미터가 넘는 고원 산악국가다. 제공권은 뺏겼지만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지상군 전력은 거의 대부분 온존돼 있고, 40만명 이상의 바시즈 민병대도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에서 지상전이 벌어지면 '제2의 베트남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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