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출시 임박…강제전환·비급여 보장절벽 현실화
2026-03-24 15:18:38 2026-03-24 17:32:07
[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오는 4월 금융당국이 예고한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가입자들의 실제 체감 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증·필수 치료 중심으로 보장을 재편했다고는 하나 비급여·비중증  항목에 대한 가입자 본인 부담을 대폭 높였기 때문입니다. 기존 가입자들의 5세대 강제 전환에 대한 비판도 늘고 있습니다. 
 
비급여·비중증 본인부담률 30%→50%
 
(그래픽=뉴스토마토)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은 다음달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5세대 실손 핵심은 '보편적·중증 의료비' 중심 보장 상품으로의 전환입니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 설계에서 중증 비급여 보장은 강화하되 비중증·비급여 보장은 대폭 축소했습니다. 본인부담률도 30%에서 50%까지 높이면서 가입자들의 비급여 부담이 커졌습니다.
 
실손보험은 그간 가입 시기에 따라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변천해 왔습니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보장 범위는 좁아지고 자기부담금은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번 5세대 역시 비슷합니다. 5세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중증 비급여의 본인 부담 상한액을 500만원으로 설정해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하는 치명적인 부담은 일부 완화했습니다. 반면 비급여·비중증의 경우 기존 본인부담률 3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했습니다. 비급여 통원 치료비는 연간 최대 5000만원 보상한도에 회당 20만원이었으나 5세대로 넘어오면서는 연간 보상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입원 시 비급여 치료비의 경우도 회당 300만원, 일당 20만원의 상한이 신설됐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치명적인 대목은 '근골격계 치료'의 면책 검토입니다. 만약 디스크나 염좌로 인해 회당 15만원인 도수치료를 연간 20회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4세대 실손에서는 자기부담금 30%를 제외한 약 21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5세대에서는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등이 해당하는 근골격계 치료를 면책 사항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세부적인 사항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책이 그대로 도입된다면 실손 보장 없이 본인부담금으로 지불하게 됩니다. 다만, 향후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변환될 경우 급여 담보에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료 인하 폭이 보장 축소 폭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5세대 실손 보험료 인하 폭은 30% 수준으로 알려졌는데요. 40대 남성 기준 4세대 실손 보험료가 약 1만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5세대로 갈아타서 아끼는 돈은 월 4500원, 연간 5만4000원가량입니다. 1년동안 도수치료를 한 번만 받아도 절약되는 비용이 연간 보험료 절감액을 뛰어넘는 셈입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5세대 실손의 겨우 비급여 보장이 축소되면서 기존 실손을 통해 보장받던 항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제 전환으로 보험사 손해율 전가
 
강제 전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제기됩니다. 1세대와 2세대 일부 가입자는 재가입 주기가 없어 본인이 원치 않으면 상품을 유지할 있었지만 2세대 후반부터 3세대 가입자는 15년, 4세대 가입자는 5년의 재가입 주기가 설정돼 있습니다. 해당 주기가 도래하면 가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시 판매 중인 최신 세대로 자동 전환이 이뤄집니다. 과거 상품을 유지하고 싶어도 제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전 계약자들의 실손이 강제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불이익한 변경"이라며 "자의적으로 전환하지 않았는데도 충분한 고지와 설명 없이 보험료를 줄이기 위한 전환은 보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 만큼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필수 금융상품입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일부 보험사기와 치료 오남용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제도 개편 때마다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 편의를 일방적으로 고려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과잉 진료를 잡겠다는 취지는 공감대가 있지만 그 피해가 정당하게 치료받아야 할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진 법무법인 세승 의료 전문 변호사는 "비도덕적이거나 불법적인 가입자도 있겠지만 실손 지급 관련 민형사 소송에서 보험사가 패소하거나 무혐의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실손 세대가 바뀌면서 결국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진짜 필요한 환자도 있는데 전체 기준을 높여 보험사만 이득을 보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의료비의 자기 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가입자 스스로 실손 청구 여부를 계산해 꼼꼼히 따져보고 전환 여부를 검토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최미수 교수는 "5세대 실손은 정확히 비교해 보지 않으면 보험료가 낮아 좋아 보인다"면서 "당장 내는 보험료뿐만 아니라 갱신이나 보장 축소를 고려해 비교해 보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학병원 진료실 복도. (사진=연합뉴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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