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가 최근 5년 새 2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정점을 찍었던 2023년~2024년보다 줄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전세보증금 사고의 약 70%가 2030세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자산 기반이 취약한 계층이 전세사기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작년 사고 7707건·1조4562억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7707건, 사고 금액은 1조456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2989건·5991억원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는 2.5배, 금액은 2.4배 넘게 폭증했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이란 전세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임차인이 보증 기관에 대신 돌려달라고 신고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시장에서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수치입니다.
전세사기가 기록적인 폭증세를 보였던 2023년(2만65건·4조5570억원)과 2024년(2만2520건·4조9180억원)에 비해 수치상 줄어든 모습이지만 이는 당시의 특수한 시장 상황 때문입니다. 당시 이른바 '빌라왕' 사태 등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져 나온 데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깡통전세' 현상이 비정상적으로 속출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한 의원은 2023년과 2024년 수치가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일 뿐 전세사기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2025년 사고 규모는 2021년 대비 2.5배 수준이며 보증 가입 임차인이 전체의 일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청년층에 집중된 피해 구조
전세사기 피해는 특정 연령대에 집중됐습니다. 2025년 기준 30대 사고 금액은 637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641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 사고 금액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사고 건수 기준으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됩니다. 2025년 기준 30대는 3578건, 20대는 179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5373건으로 전체 사고 건수 7707건의 약 69.7%를 차지합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사실상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청년층에 집중된 셈입니다.
청년층이 전세사기의 핵심 피해층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전세 구조 자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산이 부족한 2030세대는 전세보증금 대부분을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 자산 축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액 보증금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는 경우 매물의 위험성을 스스로 검증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공적 보증과 금융기관 심사를 신뢰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 피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증금을 한 번에 잃을 경우 신용도 하락과 채무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장기적인 금융 취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피해 연령은 더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10대 임차인에게서도 3억원 규모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세사기 위험이 특정 연령대를 넘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5년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는 2020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업체가 밀집한 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정책대출 심사 허점 여전
전세사기 위험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대출 심사 체계의 허점이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이 조치는 은행 재원 대출에 한정해 적용됩니다.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대출로 마련한 피해자 가운데 77.8%가 버팀목 대출 등 정책대출 이용자입니다. 피해자 10명 중 약 8명이 공적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정책대출 심사가 전세사기 위험을 걸러내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 문제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당시 한 의원은 "주금공 보증서 발급 내역을 보면 약 63%가 전세사기 위험 심사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서 "제외된 대출 대부분은 저소득층과 청년이 이용하는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이라고 주택금융공사 보증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한 의원에 따르면 국정감사 이후에도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전세사기 위험 심사 기준이 개선됐다는 움직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책대출 심사 강화를 서민 공급 축소로 보는 인식이 문제라는 견해입니다. 그는 "전세대출 대부분이 정책대출 이용자이지만 정책대출에 대해서는 심사하지 않기 때문에 전세사기 위험이 높은 주택에도 대출이 실행될 수 있다"며 "전세사기 뇌관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정점을 찍었던 2023년과 2024년 이후 수치상 감소세가 나타났지만 전세시장 위험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비교하면 사고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피해는 청년층에 집중됐다. 사진은 대구시 전세사기피해자지원TF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접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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