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라이나생명, 지주사 전환 속도
2026-03-26 15:21:54 2026-03-27 07:22:5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교보생명과 라이나생명이 잇따라 금융지주 전환에 속도를 내며 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체제 구축이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 확보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강화된 규제 부담과 외국계 자본의 전략적 행보가 맞물리며 이들의 속내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는 배경입니다. 시장에서는 사업 확장을 위한 포석과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룹 시너지 확대 기대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SBI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을 획득하면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기존 보험·증권·자산운용에 수신 기관인 저축은행까지 아우른 사업 구조를 완성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숙원사업인 종합금융그룹 도약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인 일본 SBI홀딩스로부터 조만간 41.5%+1주의 지분을 약 9000억원에 추가 매입할 계획입니다. 앞서 지난해 4월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당해 지분 8.5%를 우선 취득한 바 있습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교보생명은 총 50%+1주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고, 의결권 기준으로는 자사주를 제외한 58.7%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저축은행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입니다.
 
SBI저축은행은 2025년 3분기 기준 총자산 14조5854억원 규모의 업계 1위사입니다.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전국 5개 영업 구역을 보유한 유일한 저축은행으로, 사실상 전국 단위 영업망을 갖춘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보험 역량과 지방은행급 인프라를 갖춘 SBI저축은행을 통해 차별화된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침"이라며 "두 회사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춘 금융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나생명 대주주인 미국의 보험그룹 처브(Chubb)는 내년 1월1일 출범을 목표로 '라이나금융지주(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처브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진출국 중에선 금융지주 설립을 추진하는 사례는 최초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4월 구성한 신사업 태스크포스(TF)에서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금융지주 설립을 검토해 왔습니다. 최근엔 우리 금융당국에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의견을 타진하는 등 사전 교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처브그룹은 법인으로 있는 라이나생명을 신설 금융지주 아래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입니다. 라이나손해보험, 처브라이프, 라이나원(법인보험대리점) 등 다른 보험 계열사들도 이런 방식으로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집니다.
 
처브는 전 세계 54개국에서 상업·개인용 재산보험과 상해보험, 개인상해·건강보험, 재보험, 생명보험 등 다양한 보험상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보험사 가운데 총자산·보험료 기준 약 20위권 규모의 금융그룹입니다. 이 중 주요 계열사인 라이나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순이익 기준 상위 5개사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영향력을 자랑합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1년 전 금융지주 설립 검토설이 처음 언급될 당시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이 철수할 때 처브는 한국에서 뭐든 시도해 보고자 여러 가지 계획이 있었다"면서 "하나의 일환으로 금융지주 설립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확장이냐 엑시트냐" 시선 교차
 
금융지주 설립이나 전환을 추진하면 계열사 편입과 겸업 제한, 자본적정성 관리 등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금융지주회사법 규제가 적용됩니다. 국내 금융시장 환경이 금융지주를 갖추지 않고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환경이 됐지만, 지위에 따라오는 규제를 감당하기에도 여간 쉽지 않은 터라 이들의 행보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를 걷는 점도 주목받는 배경 중 하나입니다. 산와머니(산와대부), 아프로파이낸셜(러시앤캐시), 미즈사랑 등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엑소더스(대탈출)하는 것과 달리 일본계 저축은행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그룹에 소속돼 오히려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습니다. 라이나생명 역시 ING생명과 알리안츠생명, PCA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과 달리 국내 금융지주 체계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 금융지주 전환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이들의 진정한 속내는 감쳐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됩니다.
 
먼저 교보생명의 경우 일본계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철수 추세에 탑승해 M&A 자금을 핑계로 대규모 자금을 자연스럽게 일본계 대주주에 넘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떠올랐습니다. 그간 일본계 금융사들은 과거 초저금리(제로금리) 환경에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고금리 대출을 일으키며 막대한 예대마진으로 성장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제는 저성장 한계를 맞닥뜨린 한국 금융시장을 떠나면서 그간 비대해진 몸값까지 챙기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배경입니다.
 
처브그룹도 ‘한국을 아시아 시장 핵심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지만, 앞서 라이나생명을 키워 처브그룹에 넘긴 시그나그룹의 엑시트 방식을 밟기 위한 단계 초입을 밟는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생명보험 업계 업황이 전체적으로 악화된 사이, 시그나그룹은 2021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약 6조8500억원(57억7000만달러)의 매각가를 받고 라이나생명을 처브그룹에 넘겼습니다.
 
또한 증권업이나 자산운용업 등 여러 금융업 라이선스를 확장하며 얻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M&A에서 유리한 지위를 가져가려 하거나 한국 내 여러 법인을 하나로 묶어 본사 처브그룹으로의 배당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란 시각도 더해집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금융지주 설립이나 전환을 위한 경영 성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외국계들이 진입할 때는 세계적으로 거래 몸집을 키우려는 의도도 있지만, 향후 엑시트를 위해 선투자하는 의도도 없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나생명(왼쪽)과 교보생명 사옥의 간판.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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