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 1300억대 세금 소송…지주 밸류에이션 변수
SK해운 구조조정서 5386억 합병 차손 인식
“세무상 비용 인정해달라”…1심 패소 후 항소
2026-04-20 13:44:55 2026-04-20 14:44:5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034730)가 과거 SK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 차손(투자 손실분)을 두고 과세당국과 1300억원대 세금 환급 목표로 법인세 불복 소송을 벌이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자회사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세무상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팽팽한 법리적 다툼으로, 항소심 판결 결과가 지주회사의 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립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는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1300억원 규모의 '법인세 경정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입니다. 이 소송의 발단은 2017년 단행된 SK해운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입니다.
 
당시 해운업 장기 불황으로 자회사의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되자, SK는 우량 사업부(신설 SK해운)를 분리해 사모펀드에 매각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리스크 전이를 차단했습니다. 이어 부채와 결손금이 남은 잔여 법인(SK마리타임)은 지주사인 SK가 흡수합병하며 구조 재편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SK가 과거 10여년간 지분 확보 등에 투입한 취득가액(약 5604억원)과 합병 시 승계한 순자산 장부가액(약 218억원)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했습니다. 약 5386억원의 차액이 회계상 '합병 차손'으로 반영된 것입니다.
 
 
쟁점은 이 5386억원의 합병 차손을 세법상 비용(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SK는 이를 손금으로 산입해 2018~2020 사업연도에 걸쳐 약 1300억원의 법인세 경정 청구를 제기했으나 과세당국으로부터 거부당했습니다.
 
당시 2017년도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SK는 합병 전 유상감자와 지분 증여를 통해 잔여 법인을 100% 완전자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세무상 적격합병 요건을 갖추고 구조 재편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심 법원(서울행정법원)은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SK가 100%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면서 합병 신주를 배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한 경우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자본거래'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합병 차손을 기업의 통상적인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손익거래'로 볼 수 없어 법인세 감면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SK는 즉각 항소해 2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은 대기업 지주회사가 자회사 리스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법리적·세무적 복잡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정 청구 금액인 1300억원이 SK의 전체 자산 규모나 영업 현금창출력을 감안할 때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크게 흔들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오히려 승소 시 법인세 환급을 통한 현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부실을 최종적으로 정리할 때, 회계상 인식된 손실이 세무적 혜택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밸류에이션 산정 시 참고할 만한 선례"라며 "항소심 재판부가 구조조정 과정의 특수성을 어떻게 법리적으로 해석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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