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리밸런싱)①실패 비용 확대…비수익 게임 정리 속도
게임산업 침체 장기화…업계 전략 전면 재수정 시점
비수익 게임 접고 핵심 프로젝트에 집중
"비용 절감 넘어 좋은 IP 개발로 이어져야"
2026-05-29 14:39:42 2026-05-29 17:21:30
 
최근 수년간 국내 게임산업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업계의 생존 전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작 흥행 불확실성과 개발·운영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게임·서비스는 정리하고, 검증된 핵심 지식재산권(IP)과 주요 신작에 자원을 집중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 같은 리밸런싱 움직임은 게임사들의 전략 재조정 및 비용 절감 수준을 넘어 성장 방식을 재정립하고, 나아가 이용자 권리 논의로도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뉴스토마토는 게임업계의 리밸런싱의 흐름과 명암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비수익 게임과 운영 동력이 약해진 서비스를 잇따라 정리하고 있습니다. 신작의 흥행 불확실성이 커지고 개발·운영비 부담이 높아진데 따른 조치인데요. 성과가 저조한 게임을 장기간 유지하기보다는 핵심 IP와 차기작에 자원을 집중, 효율성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양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커진 실패 비용…라인업 정리 속도
 
넷마블은 '세븐나이츠2(왼쪽)'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넥슨은 PC 게임 '슈퍼바이브(오른쪽)'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미지=넷마블·넥슨)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라인업' 정리에 나섰습니다. 엔씨소프트(036570)는 '호연'을 출시 약 1년 6개월 만에 종료했고, 넥슨도 PC 게임 '슈퍼바이브' 서비스를 마무리했습니다. 넷마블(251270) 역시 '세븐나이츠2'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카카오게임즈(293490)도 다음게임 PC 채널링 서비스를 이달 말 끝내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게임 서비스 종료 릴레이는 단순히 개별 게임의 흥행 부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게임은 출시 이후에도 서버 운영, 콘텐츠 업데이트, 이벤트, 마케팅 비용 등이 지속적으로 투입됩니다. 이용자 지표와 매출 반등 가능성이 낮은 게임을 계속 유지할 경우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습니다. 과거처럼 여러 게임을 동시에 운영하며 반등을 기다리기보다, 가능성이 낮은 게임은 빠르게 정리하고 핵심 IP와 차기작에 인력과 비용을 재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이용자 확보 경쟁도 더 치열해졌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보다 9.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6.8%를 기록했습니다. 이용률이 가장 높았던 모바일 게임 이용률마저 전년보다 2.6%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유튜브, 숏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대체 콘텐츠의 강세로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줄어든 겁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게임을 하는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은 업계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용자들이 게임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기이고, 모바일에서 쇼핑·OTT·웹툰 등 대체 콘텐츠가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게임사가 이용자들의 시간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신작이 출시돼도 이용자 눈에 띄기 어렵고, 기존 게임도 꾸준한 업데이트와 이벤트 없이는 체류 시간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매출이 줄어드는 게임을 계속 운영할 경우, 비용은 계속 들어가는 데 반해 수익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집니다.
 
1분기 실적, 핵심 IP가 갈라
 
포트폴리오 효율화의 성패는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연결 기준 매출 829억원, 영업손실 2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기존 라이브 타이틀의 매출 하향 안정화와 신작 기여 제한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핵심 IP를 탄탄하게 보유한 넥슨과 크래프톤은 핵심 IP 성과를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넥슨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4201억원, 영업이익 5426억원을 기록하며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크래프톤도 같은 시기 매출 1조3714억원, 영업이익 5616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실적 격차는 게임업계의 리밸런싱 흐름을 더 뚜렷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핵심 IP가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기존 흥행작의 생명력을 늘리고, 글로벌 서비스와 신규 콘텐츠를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작 공백이 크거나 기존 라이브 게임의 매출이 둔화된 회사는 운영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 체질 변화와 연관…"단순 비용 절감에 그쳐선 안 돼"
 
전문가들은 최근 게임사들의 포트폴리오 압축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산업의 체질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게임업계의 리밸런싱 흐름에 대해 "비용 절감 측면과 구조 변화, 둘 다 영향이 있다"며 "업계 전반이 정체 상태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수익이 안 나는 게임은 빨리 정리하려는 흐름으로 가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위 학장은 유저들이 게임에서 이탈하고 있는 점도 구조적 부담 요인으로 짚었습니다. 그는 "전체적으로 게임 유저들이 빠지고 있다"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영상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 플레이 자체도 능동형 플레이어가 아니라 수동형 플레이어로 가고 있다"며 "보는 게임, 방치형 게임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비스 종료가 게임사에 비용 절감 효과를 주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용자 신뢰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게임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종료되면 유저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쌓아온 아이템, 기록, 커뮤니티 경험이 한순간에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해당 게임사가 출시할 신작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비스 종료가 곧바로 체질 개선이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 점도 유념할 부분입니다. 비수익 게임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정리된 인력과 비용이 핵심 IP 강화, 라이브 서비스 고도화, 차기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져야 선택과 집중이 단순 축소 경영이 아닌 구조 개편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업계의 돌파구 역시 비용 절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유일한 돌파구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강력한  IP'를 발굴하는 것뿐"이라며 "단기적 비용 절감을 넘어, 유저들의 시선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 개발로 자원을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향후 리밸런싱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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