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국참' 참관)(현장+)116시간 법정 지킨 배심원단…팽팽한 4대3 '술파티 유죄'
배심원 연령대는 30~40대…남성 5명, 여성 7명으로 구성
배심원단 '거짓말탐지기 증거 능력 범위' 물어보는 등 열의
'증인석'서 눈맞춘 검사·'소주병' 꺼낸 변호인…배심원 설득전
2026-06-21 14:25:46 2026-06-21 18:27:16
[수원=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장장 열흘, 116시간 동안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은 9시간 30분에 걸친 시민 배심원단의 마라톤 평의 끝에 '연어·술 파티 의혹은 유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결론 났습니다. 역대 최장기 국민참여재판에서 본 배심원 7명과 예비 배심원 5명은 중도 이탈 없이 끝까지 법정을 지켰고, 눈은 매서웠습니다. 연어·술 파티 의혹의 경우 배심원단은 4 대 3이라는 팽팽한 표 차이로 유죄 평결을 내렸을 정도입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5일 204호 법정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지난 8일 배심원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500명 중 선발된 12인의 배심원단…열흘간 '중도 이탈' 없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 부장판사)는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열흘간 이 전 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위해 법원은 무작위로 추출한 배심원 후보자 약 500명에게 통지서를 보냈으며, 이 가운데 53명이 배심원단 참여에 응하고 지난 8일 법원에 출석해 엄격한 심사를 거쳤습니다.
 
오전 배심원단 선정 절차에선 출석한 배심원 후보자들을 상대로 1차 확인과 비공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친인척 중 법조인 여부, 형사재판 경험 등이 후보자 제외·면제 사유로 꼼꼼히 다뤄졌습니다. 재판부는 당일 오후 1시쯤 본 배심원 7명과 예비 배심원 5명을 확정했습니다. 배심원들은 주로 30~40대로 보였으며 남성 5명, 여성 7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예비 배심원은 본 배심원 결원에 대비한 인원입니다. 이번 재판에선 열흘 간 결원이 발생하지 않았고, 이들은 최종 평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배심원들은 장시간 이어지는 재판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도, 증인신문 때 주요 키워드가 나오면 집중해 유심히 듣는 눈빛을 나타냈습니다. 이들은 재판부의 설명이나 핵심 쟁점이 언급될 때도 배부된 노트에 내용을 빽빽이 기록하며 재판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증거로서 유효?'…날카로운 질문도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단이 던진 유일한 질문은 지난 17일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증거 능력 범위'에 관해서였습니다. 마침 이날엔 연어·술 파티 의혹이 당사자이기도 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재판장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구하며 5시간 넘게 법원에서 대기를 하다가, 결국 재판부로부터 기각당하고 퇴정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이에 한 배심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국회 위증 사건에만 적용되는지'를 물었고, 송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에 한해서만 증거로 사용 가능하다"고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공판기일은 매일 오전 10시쯤 시작해 밤 10시쯤 끝났습니다. 배심원단도 장시간 법정에 격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배심원이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싶다"며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법정 안에선 물이나 음료 등 음식물 취식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송 부장판사는 "(커피 반입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하는 등 배심원들의 편의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부터는 배심원단은 커피를 들고 법정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증인석 앉은 검사, 가방서 '소주' 꺼낸 변호인…치열한 설득전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단은 재판 절차가 끝나면 평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합니다. 물론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재판부가 배심원단의 결론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이 직접 쟁점을 판가름한다'는 상징성 탓에 검찰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은 치열한 '배심원 설득전'을 펼쳤습니다.
 
공소권 남용 쟁점을 설명하던 검사는 "배심원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 말씀드리겠다"면서 증인석에 직접 앉아 배심원단과 눈을 맞추며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검찰청 조사실에 술이 반입될 수 있었던 구조임을 더 직접적으로 피력하고자 들고 온 가방에서 '페트 소주 2병'을 꺼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최후진술에서 "구속된 동안 손주들을 사진 등으로만 봐야 했다"며 인간적인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배심원단에게 제공할 자료를 두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은 파워포인트(PPT) 자료가 배심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준비절차에서 정한 기존 합의를 따라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배심원단은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생업과 일상을 멈춰야 합니다. 이에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5조(여비·일당 등),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9조(여비·일당 등)엔 본 배심원·예비 배심원·배심원 후보자 등에게 여비와 일당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배심원 일당은 기본 12만원, 재판 종료 시간이 늦어지면 최대 24만원까지 지급됩니다. 늦은 시간까지 심리가 이어질 경우 숙박 지원도 가능합니다. 법원은 휴식 공간에 침대형 의자를 두는 등 장기간 이어질 재판에 맞춰 편의 제공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9시간30분 마라톤 토론…재판부, 배심원단 평결 참고해 선고 
 
재판 마지막 날인 19일 모든 변론이 끝난 뒤, 재판부는 밀봉된 배심원·예비 배심원 명부를 검찰과 변호인 측에 확인시킨 후 본 배심원 7명을 호명했습니다. 배심원들은 긴장된 기색으로 미소를 짓거나 옆 사람과 나직하게 대화를 나눈 뒤 오후 6시쯤 운명의 평의실로 이동했습니다. 본 배심원과 예비 배심원은 선정 절차에서 무작위로 정해지는데, 재판부는 심리 집중을 위해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이들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습니다. 
 
배심원들은 약 9시간 30분간 평의를 이어간 뒤 이튿날인 20일 새벽 3시26분쯤 법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부 배심원은 착석 전 가벼운 담소를 나누거나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으나, 피고인이 입정하고 재판장이 평결 결과를 낭독하기 시작하자 일제히 숙연해진 채 설명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결과는 팽팽했습니다. 배심원단은 최대 쟁점이었던 연어·술 파티 의혹(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선 4 대 3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반면 2018년 7회 지방선거와 2021년 20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대통령을 돕기 위해 김 전 회장에게 쪼개기 후원을 하도록 사주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관해선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대북 묘목·영양식 지원사업 관련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배심원단은 실체 판단상 무죄 취지 의견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참고해 이 전 부지사의 연어·술 파티 의혹 관련 위증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는 공소기각으로 판결했습니다. 
  
경기 수원=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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