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주요 금융지주사의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조만간 내놓을 지배구조 개선안이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개선안 범위가 금융지주 회장뿐만 아니라 잠재 회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계열사 CEO의 승계 체계 전반을 다루고 있는데요. 금융사 입장에서는 경영 성과 평가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 방향을 반영해야 하는 등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5대 은행장 연말 임기 만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이 모두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2월 취임한 정상혁 행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첫 임기입니다. 정상혁 행장은 지난 2024년 말 2년의 임기가 연장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연임 시 추가 임기는 1년이지만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와 보험,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CEO 역시 임기 만료 대상입니다. KB금융에서는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등의 임기가 종료됩니다.
신한금융도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등이 연말 임기를 마칩니다. 우리금융 역시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임기를 마칩니다. 농협금융에서는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등이 연말 임기를 끝납니다.
대부분 금융지주사는 회장 연임에 성공해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갖췄고,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경영 능력면에선 합격점을 받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잠재 회장 후보군' 관리 체계 개편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회장을 중심으로 특정 인사들이 주요 계열사를 순환하며 CEO를 맡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기관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 서클(Inner Circle)'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돌아가면서 계속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며 10년, 20년씩 해 먹는 모양"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후속 조치로 지난 1월 금감원·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출범시켜 관련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 연임 횟수 제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이 개편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안이 회장 연임 제한이나 회장 선임 절차 개선만을 담고있지 않습니다. 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 CEO 후보군을 사실상 관리하고 평가하는 구조라 회장 선임 절차만 손질해도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선안에는 계열사 CEO 후보군 관리와 평가 체계, 승계 프로그램 운영 방식 등이 함께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계열사 CEO 인사에서 '절차' 문제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당국도 회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계열사 CEO 승계 시스템까지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 바뀌더라도 계열사 CEO 선임 구조가 그대로라면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며 "후보군 관리부터 평가, 선임 절차까지 함께 손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회장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 CEO 후보군도 내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데요. 후보군은 정기적으로 경영성과와 리더십, 조직관리 능력 등을 평가받고 차기 CEO 후보로 관리됩니다.
하지만 후보군 선발 과정과 평가 기준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동안 지배구조의 대표적인 개선 과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당국도 지배구조 개선 논의 과정에서 후보군 다양성과 외부 후보 활용 확대, 승계 절차 투명성 등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에는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와 이사회 구성의 정합성·독립성 등을 확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고민인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지배구조법 등 관련 법제화에 대해 "적어도 10월 정도까지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융지주들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준수해서 실천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부분을 강력하게 점검하고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되면 모범관행에도 개선안이 반영되는데, 금감원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임 과정이 진행되는지 점검하게 되는 구조"라며 "법 개정이 미뤄더라도 정기검사나 경영실태평가 등을 통해 제도 개선 방향에 맞게 진행되는지 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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