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이틀만 '호르무즈' 충돌…최악 땐 한국경제 다시 '롤러코스터'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에도 미·이란 핵담판 신경전
유가·물류비 재상승 우려…정유·유통·정부 부담 확대
2026-06-21 17:55:06 2026-06-21 18:00:37
[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 이틀 만에 중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어가자, 이란이 이를 MOU 위반으로 규정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후속 핵 협상이 난항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와 물류비 상승 등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1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 등 선박들이 정박한 가운데 주민들이 얕은 물에서 패들보드를 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핵 담판 앞두고 주도권 신경전
 
미국과 이란은 당초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종전 이후 첫 대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일정이 연기됐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협상 관계자들은 스위스로 향했고, 이란 역시 협상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이는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로 같은 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협상 재개 명분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지역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실제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MOU 제1조 불이행 등에 대응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끊임없이 합의를 위반하고 철수를 미이행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해 폐쇄를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구하는 한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부인하고 되레 미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팀 호킨스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같은 줄다리기 속에 한 차례 연기된 협상은 21일(현지시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협상 전부터 양측이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 배경에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핵 담판'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란은 이번 회담이 본격적인 후속 협상이 아니라 MOU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자리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스위스행의 목적은 본협상을 시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MOU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란 협상단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압돌 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하미드 보르드 석유부차관 겸 이란 국영석유공사 사장이 포함되면서 경제 제재 완화와 에너지 분야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 측도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JD 밴스 부통령 등이 참여하며 협상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협상 난항 땐 유가·물류비 다시 상승
 
문제는 종전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종전 합의 발표 이후 배럴당 7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후속 협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8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19일(현지시간) 배럴당 80.57달러로 전장 대비 0.9% 상승했습니다.
 
이에 한숨을 돌렸던 정유·유통업계에도 다시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통상 2~3개월 전에 원유 도입 계획과 계약을 마칩니다. 현재 사용 중인 물량 상당수는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인 만큼 단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8월 이후 물량 수급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또 물량 확보뿐 아니라 손실 보전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3월13일부터 5월31일까지 손실 보전 규모를 추산하면 약 3조2000억원 수준"이라며 "정부안처럼 원가 기준으로 보전할 경우 실제 보전 규모는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환율 역시 업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정부 보전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한 회계 전문가는 "1994년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 당시에는 원유 도입비와 관세, 부담금 등 각종 비용이 정부 고시에 포함돼 관련 손실이 사실상 정부 책임으로 이전됐다"며 "현재는 이 같은 비용이 영업외손익으로 반영되는데 정부의 손실 보전 방안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 물류비 역시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종전 협상 소식에도 주요 해상 운임 지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중동 리스크가 여전히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기준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17일 439.1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휴전 발표 이전인 10일의 402.2보다 높은 수준이며, 전쟁 발발 직전인 2월27일의 224.7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입니다. 같은 노선 27만톤급 유조선의 일일 운임도 전쟁 발발 전 21만8000달러 수준에서 지난 17일 44만8000달러로 급등했습니다.
 
LNG 운반선 운임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7만4000㎥급 LNG선 스폿 운임은 지난 12일 기준 9만6000달러로 전쟁 발발 전보다 약 2.7배 상승했습니다. 1년 정기용선료 역시 7만9000달러로 전쟁 이전보다 약 1.9배 높아졌습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전쟁 발발 직전 1333.11에서 지난 18일 3121.69로 134.2% 상승했습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유가 상승발 물가 압력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정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에 미·이란 협상이 차질을 빚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 국내 물가를 다시 자극하며 한국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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