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간첩단 사건 '무죄'에도 포상금은 '국고환수' 불가…국정원은 '생색 기부'
‘민주노총 간첩단’ 수사한 국정원·경찰 수천만원 상금 받아
피고인 무죄 확정에도 국고환수 안 돼…법무부 "규정 없어"
국정원, 구호단체에 2000만원 일방 기부…경찰은 논의 중
2026-08-26 11:10:40 2026-08-26 15:17:19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수사한 공로로 받은 상금을 토해냈습니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피해자가 국정원의 수사 당시 행태를 강력 비판하자 내놓은 조치입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현행 규정상 무죄 확정만으로는 상금을 국고로 환수할 근거가 없다며 포상금을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피해자 측에선 '생색내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상금을 함께 받은 경찰은 아직 반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2023년 1월1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정원·경찰,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공로로 5500만원 받아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은 윤석열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된 공안 수사 중 하나입니다. 국정원 주도로 2023년 초 수사가 시작됐고, 그해 5월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 등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들은 그해 12월 이 사건을 수사한 공로로 5520만원의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을 받았습니다. 돈은 국정원이 70%인 3864만원, 경찰이 30%인 1656만원을 나눠 받았습니다.
 
국보법 제21조와 국가보안유공자 상금 지급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관계자가 국보법 위반자를 체포해 재판에 넘기거나 기소유예·공소보류 처분을 내리게 한 경우엔 최대 1억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금 지급은 법무부 국가보안유공자 심사위원회(위원장 법무부 차관)가 결정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4명 중 2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며, 민주노총 내부에 간첩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신동훈 대표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에 신 대표는 국정원이 죄 없는 시민을 간첩으로 몰았다며 사과와 상금 반납을 촉구했습니다. 신 대표가 수개월간 항의한 끝에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국정원장 명의로 그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무죄 판결 비율에 맞춰 상금 절반 수준인 2000만원도 토해냈습니다. 
 
국정원, 대법서 '무죄'로 포상금 토해내…국고로는 환수 못해
 
하지만 정작 국정원이 토해낸 상금은 국고로 환수되지 못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지난 21일 간첩 수사 포상금 반환을 촉구하는 신 대표에게 "국민주권정부 시대에 걸맞게 국고 반환에 준하는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해 고심한 끝에 무죄가 선고된 당사자에 해당하는 상금을 최근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환원했다"고 답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국정원은 본인들의 잘못으로 포상금을 돌려주면서도 이를 국정원 이름으로 기부, 마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 생색을 낸 셈입니다. 신 대표를 대리한 고부건 변호사도 "피해자가 항의하니 일방적으로 선행을 베풀 듯 기부하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상금이 국고로 환수되지 못한 이유는 규정이 엉성하기 때문입니다. "법무부를 통해 상금 환수 가능 여부를 검토했으나 '환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는 게 국정원 해명입니다. 실제로 국가보안유공자 상금 지급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중복지급, 착오 등 사유로 상금이 잘못 지급된 경우'에 한해 상금을 환수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 상금을 환수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법무부 "무죄 판결은 환수 사유 아니다"…'엉성한 규정' 탓만 
 
법무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환수 규정은 상금을 부정하게 받아 간 것을 막아 국가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환수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수급한 것이 확인돼야 환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 변호사는 "상훈법상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서훈 취소는 물론 관련 금전을 환수하도록 되어 있다"며 "국보법상 상금을 환수할 수 없다는 건 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 대표는 "국보법상 상금 조항이 살아있기 때문에 무리한 간첩 조작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 수사로 국정원과 함께 상금을 받았음에도 반납 여부에 대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경찰에도 수개월째 상금 반납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경찰청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2024년 1월부터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간 만큼, 경찰 역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실관계 등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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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에 해당되는 금액을 피해자 이름으로도 아닌 국정원 이름으로 기부? 기부에 따른 혜택 또한 챙긴 건 없을까요? 국정원과 경찰 모두 상금 회수는 물론 조사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불필요한 수사에 낭비된 인력과 자원은 얼마나 있었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국보법에 대해 상금이 있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네요. 상금 규정은 물론 근원적으로 국보법 철폐로까지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2026-08-26 11:44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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