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군 파병 요청의 절박한 사정
2026-09-23 06:00:00 2026-09-23 06:00:00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여러모로 수수께끼투성이다. 이 전쟁에 들어간 실제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외부에서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펜타곤이 의회에 대규모 전쟁 추가경정예산을 공식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평시 기지 운영비와 장병 교육훈련비, 심지어 미래 전력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전용해 ‘밑 빠진 독’ 같은 전선에 쏟아붓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비용보다 더 굳게 닫혀 있던 것은 미군의 실제 피해였다. ‘압도적 승리’라는 워싱턴의 수사 뒤편에 가려졌던 이 참혹한 진실의 일단이 최근 미 국방부와 국무부, 국제개발처(USAID) 수석감찰관실의 2026 회계연도 3분기 특별감찰보고서를 통해 마침내 드러났다.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 공습에 걸프 지역 8개국의 미군 기지들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파손되거나 완파된 기지 내 주요 건물과 시설물만 수백 개 동에 달하며, 미 국방부 스스로도 “복구 비용 전체를 추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실토했다.
 
특히 미 해군 5함대의 중추이자 전방 작전 허브였던 바레인의 해군기지는 복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뼈아픈 파괴를 겪었다. 바레인이 무너지자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 일대에서 작전 중인 미 항공모함 전단의 전방 군수 지원 체계는 사실상 붕괴했다. 페르시아만 내 안전한 정박지를 잃은 미 해군은 어쩔 수 없이 작전 수역에서 무려 3500km나 떨어진 인도양 한가운데의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섬으로 보급 기지를 후퇴시켜야 했다. 이로 인해 미 해군의 보급 지원 주기(Logistics cycle)는 왕복 14일에서 18일까지 늘어났다. 해상 전투 함대가 언제 기름과 탄약이 바닥날지 모르는 극심한 물류 지체에 빠진 것이다. 올여름 미군이 전 세계를 무대로 원거리 해상 재보급을 수행할 군수지원선을 긴급히 찾아 헤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바로 그 시점, 미국이 한국에 군수지원함(AOE)을 포함한 해군 파병을 끈질기게 요청해 온 순간과 정확히 겹친다. 이제야 청와대가 느닷없이 ‘비전투병 파병 검토’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이면의 실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7월과 8월 사이의 미군은 전쟁의 출혈로 쓰러지기 직전인 ‘중증 빈혈 환자’ 상태였다. 전방 군수선이 완전히 끊겨 긴급히 수혈을 받아야만 버틸 수 있는 절박한 처지에 몰리자, 한국에 사실상의 ‘군수 구조 요청’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이 구조 요청의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일 이란이 미군의 보급망을 완전히 끊어놓기 위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향해 중거리 미사일 타격을 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디에고 가르시아는 영국령 인도양 영토다. 이 기지가 피격당하는 순간 영국의 자동 참전으로 이어지며 확전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이란 역시 이 뇌관을 계산에 넣고 후속 전략을 정밀하게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비전투 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부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신형 군수지원함 소양함이다. (사진=뉴시스)
 
한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파병은 이러한 위태로운 미군의 보급선을 대신 수호하는 위험천만한 임무를 떠맡는 일이다. 이란의 눈에 그것은 단순한 비전투 지원이 아니라 명백한 ‘실질적 교전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파병이 중동의 국지전을 인도양 전역으로 확장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 해군은 지금 걸프와 홍해의 협수로에서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가장 파국적인 시나리오, 즉 초강대국 미군이 중동의 비정규 비대칭 전력에 패배할 수도 있다는 냉혹한 전망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파병 논의로 정가가 어수선했던 지난주부터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사실상 장악하기까지, 전개되는 양상은 한마디로 ‘총체적 혼란’이다. 전장의 안갯속에서 아군과 적군의 전선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이런 시점에, 정부가 파병 여부를 검토하고 나선 것 자체가 근본적인 패착이다. 전장 환경이 이토록 마비되어 있는데 어디로, 어떤 전력을, 어떻게 안전하게 파병한단 말인가? 애초에 군사적 검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무리 미국의 압력이 거세고 집요하다 한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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