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당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외 시가총액 상위 종목까지 기초자산을 확대하는 대안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두 종목만을 밀어붙였다는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한국거래소 실무진이 종목 확대를 포함한 여러 대안을 제시했고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이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감원은 확대안이 논의됐던 사실을 인정한 반면 금융위는 당시 결정 경위를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면서 책임 다툼이 예상됩니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설계 당시 거래소 실무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 범위를 확정하기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까지 기초자산을 넓히는 방안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금융당국에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거래소 실무 관계자는 "거래소에서는 대상 종목을 더 넓히자는 의견을 냈지만 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 가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을 잘 아는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당국의 두 종목 추진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다"며 "업계에서도 현대차(005380)나 삼성전기(009150) 등 다른 대형주까지 선택지를 넓히자는 대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업계 의견은 사실상 묵살된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상품 출시에 반대했던 운용사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른 운용사들이 다 참여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는 없었다"며 "원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운용사는 상장 이후에도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거래소 공식 입장은 책임에서 한발 빼는 모양새입니다. 한국거래소 담당 부서 임원은 "종목 선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금감원에 위임된 부분"이라며 "거래소가 공식적으로 종목 수를 늘리거나 줄여야 한다고 의견을 내는 것은 사실상 월권"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실무자가 개인적으로 업무하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를 거래소가 공식적으로 감독당국에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목 확대를 포함해 여러 대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유관기관과의 논의 과정에서 해당 방안이 검토됐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대상 종목을 넓힐 경우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작은 종목에도 레버리지 거래가 붙어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홍콩 등 해외에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존재했던 점도 고려해 두 종목으로 범위를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살이 금융위를 향하지만, 정작 금융위는 실무자가 교체돼 당시 경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당시에는 제가 없었고 무슨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실무자 하나하나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지금 와서 다 따져 알기는 어렵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변 국장이 제도 도입 초기 논의 당시 현 보직에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변 국장은 지난 3월30일 자본시장국장으로 전보됐습니다. 다만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된 5월27일에는 자본시장국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당시 관련 실무를 맡았던 금융위 과장도 최근 부서 이동을 이유로 관련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국감을 앞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최초 도입 경위뿐 아니라 상품 설계 과정까지 검증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러 대안 가운데 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 선택됐는지, 변동성을 이유로 두 종목에 집중하면서 확대안과의 시장 충격을 비교한 정량적 검토가 있었는지, 금융위가 기관 차원에서 당시 정책 결정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까지 사퇴한 상황에서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할 핵심 관계자들이 현재 자리를 떠났거나 초기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국감에서도 책임 있는 답변을 끌어내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변동성을 이유로 두 종목으로 제한했다면 왜 두 종목 집중이 더 안전한지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거래량과 유동성, 예상 자금 유입 규모, 리밸런싱 물량 등을 비교한 정량적 검토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27일 상장됐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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