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부의 상장폐지 기준 강화 방침이 시행된 후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들이 연달아 나타나고 있습니다.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주당 가격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은 강구 중인데요. 그럼에도 부실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곳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에이에프더블류(312610)가 이날부터 정리매매에 돌입했습니다. 에이에프더블류는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과 주가 1000원 미달 등의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지난 21일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오는 6일까지 정리매매를 마치면 이튿날인 7일 상장폐지가 완료됩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상장폐지 1호' 기업 원풍물산의 퇴출이 마무리됐습니다. 원풍물산은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로 지난 9일 거래정지 종목에 지정됐고, 10일부터 18일까지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가 진행됐습니다.
13개 관리종목, '시총미달·동전주' 동시 충족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사례들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강화된 시가총액 및 주가 기준이 적용된 지난 7월 이후 이날까지 총 83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상장기업이 20개, 코스닥 상장기업이 63곳으로 집계됐는데요. 이 중 시가총액 미달 사유가 포함된 기업이 60개, 주가 1000원 미달(동전주) 사유가 포함된 기업은 37개였습니다. 두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기업은 13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상장폐지 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부실기업 장기 잔류를 억제하고 시장의 신뢰와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폐지 절차와 정량적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한 것인데요. 2026년 7월부터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는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으로 높였습니다. 30거래일 연속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지정 후 90거래일 내 회복 실패 시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또한 1000원 미만 동전주 요건도 신설됐습니다.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에 못 미치는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 회복에 실패하면 상장폐지가 됩니다.
주식병합·액면병합으로 대응…"근본 해소 어려워"
상장폐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구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주식병합결정과 관련한 공시를 한 코스닥 상장사는 220개사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15개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증가한 규모입니다. 동전주 기준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발행주식 수를 줄이고 주당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주식 병합이 주요 수단으로 부각된 영향입니다.
자본잠식 개선과 주식병합 방식으로 발행주식 수를 줄일 수 있는 감자도 상장 유지 대응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감자 결정 기업은 65개사로 지난해 21개사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한 이 기간 액면병합 변경상장을 실시한 기업은 코스피 48개사, 코스닥 158개사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상장폐지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금세 힘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액면병합을 예로 들면, 변경상장 직후에는 전체 158개사 중 154개사(97.5%) 주가가 1000원 이상을 기록했지만 20일 후에는 관측가능기업 124개사 중 17개사(13.7%)가 다시 1000원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16개사는 새로운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식병합만으로 저가주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습니다.
동시에 안 연구원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음에도 재무·영업 기 초여건이 양호한 일부 기업들이 확인된다"며 "시장 질서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제언했습니다. 관리종목 지정 기업 중 자본잠식이 없으면서 매출 증가, 영업이익 및 영업활동현금흐름 흑자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소형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거래소는 상폐 대상 기업 중 흑자 기업에는 퇴로를 열어주는 방법을 마련 중입니다.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영업이익이 흑자이거나 3개 연도 중 1개 연도 흑자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본잠식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신라에스지(025870)가 이 제도를 활용해 코넥스로 이동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됩니다. 신라에스지는 지난 14일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됐으나, 이에 앞서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에 신규상장 심사를 위한 사전협의를 신청했습니다. 심사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코스닥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절차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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