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③) 축소되는 '보금자리'..누구를 위한 주택정책인가
2011-09-19 17:26:49 2011-09-19 18:55:26
[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보금자리주택'은 정권 말기에 와서 크게 그 공급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정책추진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해 공공성이 훼손되고, 지역 이기주의의 득세로 정책추진 동력이 약해졌지만 정책을 수정해서라도 보금자리주택 보급 정책은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의 주요 공약으로 지난 2009년 8·27대책을 통해 확정됐다.
 
◇ 공공성 훼손.."시세 차익 노린 중산층만 구입"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초창기 '반값 아파트'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해 신혼부부용 주택과 고령자·독신자를 위한 도시형주택 공급에 대한 기대도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이 발표된지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효과와 기대는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이뤄지는 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커지면서 기존 공급 계획도 크게 축소하고 있는 것.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보금자리 주택은 공공임대 주택도 포함하고 있지만 분양주택이 더 우선시 되다보니 분양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계층 위주로만 주택이 공급돼 저소득 가구를 위한 주택이라는 당초 취지가 크게 무색해졌다는데 있다.
 
현재 보금자리 주택에서 임대주택의 공급은 50%를 넘는 수준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 보금자리 주택은 반값 분양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고 나머지 경기권 지역도 평당 700만~800만원에 공급됐다"면서 "30평이 넘어가면 2억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중산층 위주의 수요만 충족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시세보다 최대 50% 저렴하게 책정한다는 취지로 등장했기 때문에 분양가격과 시세와의 차익이 최초 분양자에게 모두 돌아가게 돼 공공분양 주택이 가져야할 '공공성'이 크게 훼손된 점도 문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은 민간분양 주택가격의 하락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공공분양 주택이 '로또화'됨으로써 공공재로서 공공주택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혹평했다.
 
◇ 지역 주민·건설사 반발..정책 추진 난관 봉착
 
 
정부에서는 시세차익 조정을 위해 7~10년의 전매제한과 5년 의무거주 기간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개발이익 실현 유예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장치가 오히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실질적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원안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남시와 광명시가, 올해는 과천시가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가 주민들로부터 나오고 있어서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올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을 21만가구에서 15만가구로 축소했는데 과천지식정보타운보금자리지구의 물량이 절반가량 축소되는 등 여러 정황상 15만가구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지난 8월말 국토부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급물량을 당초 9600여가구에서 4800여가구로 50% 줄이자는 과천시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또 강동구가 고덕과 강일 3.4지구의 보금자리주택건설을 당초 1만2300가구에서 9000가구 이하로 줄여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지자체의 요구에 백기를 든 셈이다.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된 곳의 주민들은 보통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인근에 들어서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이 때문에 보금자리주택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간 건설사들이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미분양이 확대되고 있다며 각종 협회를 중심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저렴한 보금자리 주택이 단기간에 공급돼 민간 부문 시장이 위축되고 수도권 미분양 확대가 커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궤도 수정 필요"
 
이처럼 공공성도 상실되고 실제 반발도 심한 보금자리 주택정책은 계속 유지되야 하는 것일까.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수정·보완해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보금자리 정책이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궤도수정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보금자리 지구 내 임대 아파트의 물량을 대폭 늘려 저소득층의 수요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은희 LH부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원도 "지방에는 임대주택보다는 소형의 분양주택을 늘리고 가격이 너무 높은 곳에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가는 식의 탄력적 공급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공공분양 주택은 주변시세보다 싼게 정상인데 지역 주민들이 재산권 보전만 주장한다면 투기가 악순환되고 서민과 무주택자만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면서 지속적인 보금자리 주택의 공급을 주장했다.
 
김 팀장은 또 "강남, 서초에 공급된 평당 900만원대 아파트에도 건축비에 거품이 존재한다"며 "건축비가 설계, 도급, 하도급 등의 단계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이러한 단계별 원가에 대한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보금자리주택이 더욱 싸게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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