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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아껴쓰라"는 게 '물가대책'인가
2011-12-09 16:59:59 2011-12-09 17:13:12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어려우니 아끼자."
 
올해 이례적으로 연간 두 차례나 전기요금을 인상시킨 정부가 이제는 물가대책이라고 "절약"을 들고 나왔다.
 
고물가를 형성하게끔 경제정책을 펴고, 공기업의 적자보전을 위해 전기요금에 철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리더니 이제와서 아끼라고 한다.
 
참 "염치" 없는 정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산업·가정 등 전기를 소비하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피크시간대 난방을 중지하는 등 전기소비를 최소 10% 절약하는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절약하겠다데 말릴 이유는 없다. 정부는 비상한 경제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면밀히 분석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부처를 가리지 않고 녹음기를 틀어놓듯 말한다.
 
그렇다면 올해들어 계속되는 고물가 행진에 정부의 면밀한 분석과 선제적 대응은 무엇이 있었을까. 석유 TF와 통신TF를 구성해 발표했지만 이렇다할 결과는 없었고, 물가는 내려올 기미가 없다.
 
더구나 "원칙"도 없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전 장관은 8월 전기요금을 평균 4.9%인상한 이후 올해 추가 인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장관이 바뀌자 상황이 돌변했다.
 
지난 11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홍석우 장관은 "지경부가 물가를 외면할 수 없는 정부 부처"라면서도 "에너지 소비 왜곡을 막는 것에 관심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전기요금 인상검토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5일 전기요금은 평균 4.5%인상됐다.
 
연간 두차례 인상은 30년만이다. 30년 전 인상은 중동의 오일쇼크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만큼 사실상 처음이다.
 
홍 장관은 "전기를 아끼지 않는 기업은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재완 장관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거든다.
 
전기를 아끼지 않는 기업은 명단을 공개하고, 가계와 기업 모두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란다. 이 같은 경제부처 장관들의 말을 "'9·15정전대란'이 에너지 소비를 잘못한 기업과 국민 책임"이라는 말로 들린다면 너무 과한 해석인가.
 
면밀한 분석과 선제적 대응으로 내놓는 정책이라는 게 "아끼라"는 것이라면 "염치"도 "원칙"도 없다는 걸 새삼 증명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전기료가 오르자 각종 공공요금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8일 하수도 요금을 내년에 최고 47%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내년 5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12.5% 올릴 계획이다.
 
때마침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자치단체 물가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물가안정 워크숍"이 개최된다.
 
워크숍에서 정책다운 물가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고물가로 허덕이는 국민 주머니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물가담당 공무원들이 경제부처 장관들 말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될 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아껴쓰라"고 하지 않아도  아껴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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