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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르포)등 돌린 부산 “한나라, 꼴도 보기 싫데이”
민주, 정서적 거리감 극복 관건.. 박근혜 신뢰 여전해
2012-01-25 14:49:31 2012-01-25 14:49:31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정치예?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정치인교? 마 말도 마이소”, “한나라당은 꼴도 보기 싫다는 게 부산 민심 아잉교”, “바꾸긴 바꿔야 하는데 민주당은 왠지 영.. 함 두고 보입시다”
 
설 연휴 부산에서 전해들은 민심이었다.
 
대부분은 ‘정치’가 차롓상에 오르는 것조차 꺼려했다.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정치냐”는 거였다. 대신 물가, 직장(장사), 자식 취업과 결혼 등 직면한 민생고에 대한 걱정이 주를 이뤘다.
 
질문이 이어지면 걱정은 이내 정부 여당에 대한 질타와 분노로 바뀌었다.
 
수십 년째 자갈치시장에서 장사 중인 한 상인은 “경제대통령이라고 뽑아줬더니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지들끼리 해 먹는 건 똑같다”고 했다. 장기 침체된 지역경기와 최근 터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 및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주요 요인이었다.
 
또 다른 50대 상인은 “텃밭이라고들 하면서 해 준 게 뭐가 있느냐”며 “이참에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부산을 뒤덮은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지적했다. “안 먹고 안 입으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맡겼더니 부도가 났다”며 “정부는 이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뭘 했나. 높은 양반들은 (부도) 이전에 다들 돈을 빼 갔다는데”라고 혀를 찼다.
 
30대 젊은 한 직장인은 “이젠 한나라당이라고 무조건 찍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뒤 지역 유력 일간지 부산일보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하고 만나면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소리가 만만치 않다”면서 “예전 부산이 아니다”고 했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일컬어지는 택시기사를 통해 전해들은 기류도 같았다. 한 택시기사는 “(회사 일일) 사납금도 못 채우는 일이 허다하다”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 얘기가 나올라치면 다들 한나라당은 안 찍겠다고 하더라. 하나같이 같은 놈 찍다보니 부산을 무시한다는 거 아니겠나. 당해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으로 기운 것도 아니었다. 일단 정서적 거리감이 여전했다.
 
민심 풍향계인 40대의 한 자영업자는 “한나라당은 꼴도 보기 싫고, 민주당은 영 미덥지 않고. 이게 정확한 부산 민심”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호남당의 색채가 강하다는 부연이 이어졌다.
 
또 다른 40대 한 직장인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친노 인사들의 부산 출마 관련해 “사람은 괜찮던데 그래도 (당선) 되겠느냐”며 “뭘 보여줘야지, 노무현만 팔아선 안 된다”고 했다. 인물 대결에선 우위이나 지역과의 일체감은 덜 하다는 지적이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에 대한 우려도 내재했다.
 
더불어 장·노년층에선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대안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했다. 이 대통령의 잘못으로 민생난이 초래됐지, 박 위원장이 공동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박 위원장 또한 현 정권의 정치적 피해자라는 의견도 자주 등장했다.
 
목욕탕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이명박 때문이지, 박근혜 때문이냐”며 “이젠 박근혜가 당을 맡았으니 잘 해 나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어 “믿고 맡겼으면 흔들지 말고 힘을 실어줘야지”라며 촉발된 내홍을 질타했다. 또 다른 60대 역시 “한나라당이 욕은 들어야지만 그렇다고 내칠 수야 있느냐”며 “박근혜 때문이라도 한 번 더 (한나라당을) 믿어봐야 하질 않겠느냐”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언론 관계자들은 “非한(한나라)·비민(민주) 정서 확산 속에 박근혜를 향한 신뢰는 공고하다”고 요약했다.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인적쇄신이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며 근거로 지역 현역의원들에 대한 높은 교체지수를 제시했다. 신진 인사로 갈아엎는 혁명적 수준의 공천만이 한나라당이 부산을 수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만은 가득하지만 이를 담아낼 대안이 부재하다”면서 “민주당이 역할을 해내기엔 여전히 지역주의 장벽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인물대결로 구도를 좁히고 젊은 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경우 40대가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자리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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