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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로펌들, 법률시장개방에 해외진출로 '맞불'
"해외진출 강화로 역공 펼칠 것"..자신감 내비쳐
2012-03-15 15:57:41 2012-03-15 15:58:0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해외 시장을 더욱 넓혀서 적극적인 역공을 펼치겠다."
 
15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공식적인 법률시장 개방이 시작됐다. 시장 개방 영향을 직접 받게 되는 국내 로펌들은 수비적인 자세가 아닌 공격적인 전략으로 해외시장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오랫동안 시장개방에 대비해 대형화와 전문화를 준비해 온 만큼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시장개방을 기회로 미국과 유럽 진출을 서둘러 역공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법무법인(유)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는 시장개방과 관련, "법률분야도 실질적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종전 해외진출 전략 버려야"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공세적인 해외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종래 우리 로펌들이 해왔던 해외진출 전략과는 국면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외국에 사무소를 내고 있는 대부분의 로펌들의 경우 큰 수익을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지금처럼 현지 사무소를 내고 변호사 몇 명을 배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상주하면서 현지 로펌을 비롯한 국제로펌들과 직접 부딪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한 진출지역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리스크를 감내하고 우리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며 국제로펌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현재 FTA 관련 규정이나 우리나라 법규로 인해 어느 정도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외국로펌과의 전략적 제휴나 연합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1차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 변호사도 "외국로펌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나라나 권역별로 보다 효율적인 전략을 모색 중"이라면서 "이미 긴밀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해외로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 로펌에서도 전략적 제휴 접촉 시도"
 
박 변호사는 또 "로펌간의 전략적 제휴 등은 국내 진출 예정 중인 외국 로펌에서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여러 외국 로펌들이 전략적 제휴 등을 위해 우리나라 로펌들과 접촉을 시도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 화우 관계자도 "상당수의 외국로펌이 법무법인을 직접 방문하거나 여러 경로로 변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해 전략적 제휴를 위한 우리 로펌과 외국로펌간의 활발한 분위기를 전했다.
 
직접적으로 해외 사무소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라오스 등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의 경우 러시아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김앤장법률사무소도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관계자는 특히 "중국 등을 비롯한 여러 곳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곧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국 로펌들이 들어오면서 한국계면서 미국이나 유럽지역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들의 인력 누출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로펌들은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인력유출 우려? 로펌들 여유
 
세종의 박교선 변호사는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한편,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력적 교류를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이번 시장개방의 기회가 우리 로펌들로서는 외국 로펌의 유능한 변호사들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도 된다"면서 "실제로 외국 유명로펌의 파트너급 변호사들이 조인(join)을 해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태평양 김갑유 변호사는 "지금 미국 법률시장에는 한국계 미국변호사가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외국 로펌에서 근무하던 중량급 변호사들이 한국로펌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이어 "거시적으로는 한국계 변호사들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활동역역을 넓혀갈 것"이라며 "인력의 이동을 꼭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현재 법무부에 자격승인 예비심사를 접수한 외국로펌은 지난 7일 '코빙턴 앤 벌링(Covington & Burling)'과 9일 '맥더못 윌 앤 에머리(McDermott Will & Emery)'가 가세하면서 총 10개가 됐다.
 
◇법무부, 외국로펌 10개 예비심사 중
 
지난달 15일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한 '맥더못 윌 앤 에머리'는 변호사 1천명 규모의 글로벌 로펌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비롯, 미국과 유럽 각지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상하이의 MWE 중국 법률 사무소와 긴밀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코빙턴 앤 벌링'은 2011년 발표 기준으로 전 세계 52위의 글로벌 로펌이다. 698명의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발표 기준으로 5억8150만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로펌들은 상당수의 한국계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최근 한국계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중소로펌들의 한국 진출 문의가 늘어난 만큼 이들 로펌의 진출도 곧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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