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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수기, 삼성을 울리다
2012-06-07 14:18:35 2012-06-07 14:19:10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한 편의 수기가 삼성을 울렸다.
 
삼성은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족愛 감동하다' 주제로 수기를 응모했다. 사내 인트라넷 '라이브'에 한 편의 수기가 올라왔고, 7일 현재까지 조회수가 7000건에 달했다. 댓글만 300여개로 역대 사내 네트워크 사상 최고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닥친 선천 질환. 충격, 좌절, 고통, 회한. 30% 미만의 생존율. 그리고 수술. 엄마 젖을 채 빨아보기도 전에 가슴을 절개해야 했던 아이. 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심정. 글은 삽시간에 삼성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해당수기를 올린 이는 삼성전자(005930) 네트워크 사업부 Air 기술랩 김요한 책임이다. 그는 "저도 힘을 얻고, 남들에게 말 못할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동료 임직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댓글에는 동변상련의 진한 아픔과 희망도 있었다. 같은 질환을 앓다 세 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건강을 되찾은 아이의 아빠가 전하는 말은 그에게 '희망' 자체였다.
 
다음은 해당 수기 전문이다.
 
혹시 자녀가 심장 관련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임직원이 있으시다면 힘내시길 바래요. 꼭 치료될 겁니다!
 
2011년 9월26일.
 
저는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임신 6개월이 된 날. 정밀 초음파 예약이 되어있었고, 일찍 퇴근한 저는 아내와 함께 부푼 가슴을 안고 병원에 갔습니다. "우리 사랑이 얼굴 오래간만에 보겠네~"
 
하지만 초음파 내내 의사 선생님은 (애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만 하셨고 거의 1시간 가까이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심장이 많이 안 좋습니다. 우리병원에서는 안되고, 사실 4~5년 전만 해도 포기하는 증상인데요. 혹시 모르니까 아산병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힘내시고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하네요."
 
진단된 병명은 좌심형성 부전증후군. 신생아 10만명당 한명 꼴로 발병하고 피를 전신으로 보내는 좌심실, 좌심방, 상행대동맥이 자라지 않아서 엄마 뱃속에서는 괜찮지만, 출생 후 한 달 이내에 수술 받지 않으면 100% 사망하는 심각한 심장 질환입니다.
 
수술을 한다 해도 생존할 가능성은 30% 미만.
 
더군다나 최소 세 번의 수술을 받아야하고, 수술이 다 끝나도 심장이 반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병.
 
우리 아기 볼 생각에 기대가 부풀대로 부풀었던 우리 부부는 밤새도록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우리 아기 불쌍해서 어떡해. 내 심장이라도 떼서 줄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내가 죽어도 될 텐데…"
 
아기 태어나면 주려고 사놓았던 곰돌이 인형. 베넷저고리. 그 모든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에 차마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었습니다.
 
아산병원에서의 진료와 확진을 기다리는 열흘가량 저와 제 아내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회사에 출근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윽고, 아산병원에서도 확진을 받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저희는 거의 완전히 좌절해서 아기를 포기할 생각도 했습니다. 한 달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저희 부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글쎄요.. 아기가 태어나길 바라는 부모의 두근거리는 마음. 그 마음을 저희 부부는 온전히 누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 아기가 잘 해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우리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그 불안감과 두려움.
 
그 때문에 저는 아내가 매일 밤마다 바르는 오일조차 마음껏 웃으며 발라주지 못했습니다. 꿈틀거리는 아내의 배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와서. 마음이 아파서.
 
분명 제 아내도 마음속으로, 그리고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 버텨나갔을 텐데. 제가 너무나 약해서 그 마음을 위로해주기는커녕 힘든 마음에 더 사랑해주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윽고 아기가 태어나던 날. 이틀간의 진통 끝에 태어난 우리 아기를 보며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울기만 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서 중환자실로 들어간 우리 딸. 엄마한테서 젖도 물리지 못하고,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하고, 온갖 장비에 둘러싸여 하루 종일 외롭게 싸워야 할 우리 딸 생각에 말이죠.
 
그래도 하루에 딱 세 번 있는 면회시간에 잠깐이나마 딸의 얼굴을 보고 만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견뎠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제 수술을 해야 할 날이 되자 이제 흉터 없는 우리 딸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약 3시간의 수술.
 
1차 수술은 사실 교정은 하나도 하지 못합니다. 너무 어려서 사망 위험이 높아서 말이죠. 그래서 살 수만 있게 하는 임시 수술이지만, 생존율은 가장 낮은 수술이었습니다.
 
그 3시간의 수술동안 저와 제 아내는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추운 겨울 몸조리도 하지 못하고 매일같이 병원을 오간 제 아내. 외롭게 수술 받는 우리 딸.
 
남편으로써, 아빠로써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찢어놓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딸은 그 힘든 수술을 잘 견뎌주었습니다.
 
 수술 후 처음 눈뜬 순간.
 
심장 압력 조절을 위해 딸의 가슴은 열린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 모습을 보는 우리 부모의 마음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을 닫은 후 와이프와 우리 아기 눈 맞추기.
 
그 이후로 우리 딸은 잘 견뎌주고, 이윽고 퇴원까지 해서 지금 집에서 2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차 수술이 실제 치료에 들어가는 수술이라 더 오래 걸리고, 더 큰 수술이지만 지금까지 잘 견뎌온 우리 아기이기에 분명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1차 수술이 끝나고, 아기 이름을 '샤론'으로 지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광야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샤론 평야 같이, 이 고난과 시련을 모두 이기고 건강한 아기가 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지금까지 잘 견뎌준 우리 샤론이.
 
이 모든 과정을 사랑과 기도로 같이 이겨내 준, 그리고 앞으로의 치료과정도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될 나의 사랑하는 아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고 항상 기도해주신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어려움을 겪은 저를 위해 너무나 많은 배려를 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네트워크 사업부 air 기술랩원 분들. 랩장님 이하 동료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어려운 시간이어서, 같은 일을 하는 데에도 평소 몇 배의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제공해주신 여러 배려에도 감사드립니다.
 
우리 샤론이와 함께 우리가족 더욱 힘을 내어 앞으로의 치료과정에서도 화이팅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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