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비즈)"광탄 아이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벽산문화재단 '넥스트 클래식'
입력 : 2012-07-23 11:31:14 수정 : 2012-07-24 08:16:0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20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광탄중학교 강당. '넥스트 클래식'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메조소프라노 김지선씨가 마이크 앞에 서서 목소리를 한껏 뽑아낸다. 그 때 갑자기 아이들 두 명이 강당으로 뛰어들어온다. 인근 신천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임지연(13)양과 문수현(13)양이다. 학교에 남아 신문을 읽고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노래 소리가 들려 달려왔단다.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고 노래를 부르는 낯선 광경에 휘둥그래진 아이들의 눈은 한참동안 무대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넥스트 클래식'은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예체능 과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벽산문화재단의 문화공헌사업이다. 오케스트라 및 연주단체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 해설과 함께 클래식 음악공연을 펼친다. 행사는 총 6회로 진행되며, 광탄중학교는 3번째 주인공이다.
 
파주라고 해서 헤이리를 떠올렸지만 찾아가보니 광탄면의 풍경은 그곳과는 사뭇 달랐다. 파주의 서쪽은 많이 발전했지만, 동쪽은 아직도 옛날 모습 그대로다. 서울에서 빠르면 1시간 거리인 이곳은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금방 나가고 마는, 섬같은 곳이다. 월세 10만원에 살 수 있는 방이 아직 있고, 그 흔한 아파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군사보호시설에 묶여 고도제한을 받기 때문에 개발이 불가능하다.
 
광탄중학교의 전교생은 총 353명, 그 중에서 음악공연을 본 적이 있는 학생은 1~2명 정도에 불과하다. 70퍼센트 이상이 맞벌이 가정의 자녀이며, 기초수급지원 대상자도 반절에 육박한다. 결손가정은 30% 수준이며, 부모들의 관심도 아이들로부터 많이 떠나 있는 상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이곳에서 나온 후 광탄중고교에 25년 째 근무 중이라는 김순철 교감은 "이곳이 고향이고 광탄중학교가 모교인데 참 안타까운 점이 많다"며 "이런 열악한 지역에 문화혜택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벽산문화재단에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특히 이번 광탄중학교 '넥스트 클래식' 공연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건재했던 관악부를 부활시키는 씨앗이 될 공연이기 때문이다.
 
파주지역 내 미군부대의 지원으로 시작된 광탄중학교 관악부는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7년 전 미군부대가 떠나면서 운영상의 문제로 해체됐다. 악기들은 창고에 쌓여만 있은 지 오래다.
  
김 교감은 "음악적 소양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 등 여러가지가 달라질 수 있는데 안타깝다"며 "음악선생과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학생 1명당 3년 동안 악기 하나 마스터하고 졸업하는 것을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탄중학교 공연에는 김희근 벽산 엔지니어링 회장도 함께 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한국메세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김희근 회장이 공연후원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원현장을 꼭 둘러본다"고 귀뜸했다. 
 
김 회장은 공연 전 "기업이 조용히 돈이나 대는 거지 무슨 할 말이 있겠냐"고 말을 아꼈지만 막상 공연장에서는 사회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학생들 앞에 섰다.
 
"여러분들이 평상시 즐겨 듣지 않는 클래식을 가지고 여러분들과 소통을 했으면 해서 왔습니다. 시간 내줘서 고맙고요. 공부하는 시간도 모자랄텐데 이것도 공부라고 생각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해하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좋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광탄중학교 학생 남슬아(16) 양은 "이런 공연을 라이브로 생생하게 접해본 적이 없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웅장한 베토벤 소나타를 좋아한다는 남 양은 만약 관악부가 부활한다면 가입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윽고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공연이 시작됐다. 한때 중고등학교 시절 접한 클래식 악기를 발판삼아 대학에 진학하곤 했다던 광탄 아이들의 꿈은 다시 계속될 수 있을까.
 
뒷자리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장난치고 떠드는 등 여느 학교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는 차차 잦아들고 아이들은 하나 둘 하이든과 모차르트, 헨델, 비제의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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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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