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기업소송 결산)①매서워진 '사법잣대' 잠 못드는 재벌총수들
한화 김승연 회장 징역형 동시에 법정구속 재계 '충격'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모자가 나란히 징역형 받아
2012-12-27 17:10:59 2012-12-27 17:14:34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총수들에게 더 없이 어울리는 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횡령·배임 등 기업형비리로 검찰에 소환됐는가 하면 기소된 뒤에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충격을 줬다. 민사나 행정사건도 끊이질 않았다. 특히 삼성이나 태광 등 대기업 형제들의 상속재산을 가운데 둔 법정분쟁도 종전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여기에 삼성과 애플 LG 등의 특허소송은 점차 규모가 커지고 국제화 되고 있다. 파란만장했던 2012년 주요 기업들의 송사(訟事)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올해는 유난히 대기업 형사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SK(003600)그룹 총수 형제,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 등은 모두 전형적 기업범죄인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경영진이다. 이들 재벌총수들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과 법원이 과거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해당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최근 강화된 기업범죄 양형기준도 이 같은 변화에 몫 했다는 평가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현재 SK와 한화, 금호석유(011780)화학, 하이마트, 태광(023160), LIG 그룹 등 대기업 총수의 형사사건에 대한 재판은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항소심서 징역 4년 6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SK그룹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31일에 열리며, 금호석유화학·LIG그룹 사건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좌)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우)이 소환조사를 받으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기업 봐주기' 없다..한화그룹 회장 '법정구속'
 
김승연 회장의 경우 10대 기업 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법정구속이 됐다. 김 회장에게 선고된 형은 지난 20일 항소심서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된 이호진 전 회장과 비슷하다.
 
이는 재벌가에게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됐던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이 전 회장의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기업인의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 재산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은 양형상 유리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지만, 여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책임의 정도에 맞지 않는 양형에 이르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판부는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인의 범죄에 대해 엄정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범죄 예방'과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 경영의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 전 회장의 형량은 올해 재판 중인 재벌 총수들 가운데 나온 첫 항소심 결과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1심의 유죄 판단을 상당부분 뒤집고 항소심에서 실형을 모면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인 김 회장의 재판은 주 1회씩 집중심리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 공판기일은 내년 1월 7일에 열린다.
 
◇SK그룹 실형 피하나?..선고기일까지 연기
 
총수 형제가 한꺼번에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SK그룹에 대한 선고공판은 당초 오는 28일로 예정됐었지만 돌연 내년 1월 31일로 연기됐다.
 
사건의 증거기록이 방대한데다가 변론 종결 이후에도 검찰과 변호인 측으로부터 의견서와 참고자료가 추가로 제출돼 상세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최재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봐주기 구형' 논란에 휩싸였던 검찰로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자료 제출이 잇따랐고, 변호인 측도 이에 대한 반박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계열사 임원들에게 성과급(IB)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포함됐다.
 
최 부회장(보석)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준홍 베넥스 대표를 통해 국외 체류 중인 김원홍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회장 형제의 재판은 증인의 진술이 거듭 번복되면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최 회장의 관여나 개입을 부정하는 등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었기 때문에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하이마트·LIG그룹 사건은 내년부터 '본격공방'
 
사기성 기업어음(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12일 첫 공판이 열렸던 LIG그룹 오너 일가의 재판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 등의 재판은 다음달 부터 주 1회씩 집중심리로 진행된다. 내년 1월 17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자금 확보를 위해 2200억원 규모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LIG그룹 최대주주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고, 아버지인 구 회장과 동생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오너일가와 함께 사기성 CP발행을 공모한 오춘석 LIG 대표이사와 정종오 전LIG건설 경영본부장을 구속 기소하고 재무관리팀 직원 등 2명을 불구속해 LIG그룹 관계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한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재판은 현재 2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7차례의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선 회장 측은 "검찰수사가 두달여 넘게 진행되면서 조사 범위가 확장됐다"며 "친척·친구와의 관계 등 사소한 부분까지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관행상 문제 없는 부분까지 기소된 만큼, 법리적인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선 회장의 혐의와 관련, 검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한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중심으로 법리공방을 벌이고 있는 선 회장에 재판은 내년 1월 29일 8번 째 공판이 열린다.
 
지난해 12월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의 재판은 내년 1월 28일 6회 공판이 열린다. 박 회장은 112억여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기업범죄 양형기준 강화..법원 판단 '엄격'
 
한화그룹 등 기업의 형사사건은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전형적인 기업 범죄인 횡령·배임 등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양형기준이 강화돼 기업 형사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진 만큼,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면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양형이유로 꼽혀온 '경제발전 기여 공로', '피해회복 여부' 등이 이번에는 그들의 형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도 재계의 관심대상이다
 
기업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횡령·배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경우 기본 4~7년, 가중 5~8년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특별 가중 요소로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의 목적이 있는 경우'를 포함시켰다.
 
다음달 선고될 SK그룹 총수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을 시작으로, 박찬구 회장·LIG그룹 경영진 등 대기업 형사사건 재판의 결과가 내년 상반기에 잇따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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