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국세청 세무조사 압박 세지자 여기저기서 '아우성'
2013-03-27 18:32:18 2013-03-27 18:34:4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김덕중 신임 국세청장이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기조에 발 맞춰 고소득자들의 탈세 근절을 공언하면서 강도높은 세무조사가 예고되고 있다.
 
세무조사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들은 성실납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신들이 재정확보 전쟁의 희생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27일 취임한 김덕중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김 청장은 "공정한 세금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안정적 세수 확보가 중요하다"며 "고소득자의 차명계좌·현금 거래를 이용한 탈세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 의사·부동산중개업자 등에 대규모 세무조사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4일부터 전문직 18개 군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사, 변호사를 포함해 부동산중개업자, 건축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공인회계사 등으로 다른 직업군에 비교해 고소득 업종이면서 현금 거래가 많아 탈세의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당장 현장에서는 대규모 세무조사 압박에 우왕좌왕 하며 불만을 표시하는 모습이다.
 
선거 때는 재벌과 대기업을 경제민주화 대상으로 삼더니 이제는 자영업자를 잠재적 탈세자로 여겨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대구광역시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문모(38)씨는 "그간 개인 병원은 현금 결제가 공공연했고 소득신고 누락도 있었던 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의사들 중에는 성실 납세자도 많은데 일부의 문제를 마치 의사들 전체의 문제처럼 부풀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 역시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나랏돈 더 많이 모으고 필요한 일에 쓰는 걸 누가 반대하겠냐"며 "그러나 특정 집단을 과녁삼아 세무조사를 벌이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들이 활동하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세무조사를 성토하는 글과 누가 적발돼 얼마의 세금을 추징당했다는 식의 글이 하루에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기업들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화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국세청은 지난 6일 국내 담배업계 1위 KT&G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착수했고, 롯데호텔, 코오롱 글로벌, 동아제약,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일제히 진행중이다. GS칼텍는 이미 5개월 이상 장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비한 TF팀까지 만들 정도이지만 추징할 목표를 정해 놓고 달려드는 국세청을 당해 낼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 국세청 "국민 압박이 아닌 지능적 탈세 적발이 목적"
 
현장에서의 아우성에도 국세청은 해야할 일을 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에 대한 세무조사 일뿐 특정 직업군을 탈세자로 낙인찍을 의도는 없다는 것.
 
국세청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생각해도 다 알만한 전문직 직업군을 선정한 것 뿐"이라며 "굳이 18개 직업군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금은방이나 정육점 등 현금거래가 많은 업종이나 탈세 의혹이 있는 곳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지능적인 탈세를 적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최근 가짜석유를 팔아 이득을 챙기고 탈세한 업자들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와 함께 전국 세무서와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탈세제보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국세청이 미처 적발하지 못한 탈세까지 포착하겠다는 것이다.
 
또 올초부터는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징수를 염두에 두고 관련 부서 인력을 10% 이상 늘렸다. 고액체납자의 세금을 추적·징수하는 것으로 유명한 '숨긴재산 무한추적팀' 인원도 100여명 가량 늘었다.
 
하지만 국세청의 광범위한 세무조사 확대는 자칫 경제 전반을 위축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세법학회 관계자는 "세무 행정은 엄격해야 하지만 국민들이 예측 가능해야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 하려다가 경제주체만 화들짝 놀라게 만들어 경기만 위축시키는 세무조사는 좋지 못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