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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김수아 PD "삼성 다룰 수 있냐고? 하면 하는 거죠"
"제작진, 정치적 견해 전혀 없어"
2013-07-16 10:40:18 2013-07-16 13:29:53
(사진제공=JT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고소·고발 화성인' 강용석 전 국회의원의 이미지를 세탁해 호감으로 바꾸고, 물의 연예인 김구라의 진행능력을 재발견했다. 대중에겐 생소한 허지웅 기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이름을 널리 알렸고, '떠돌이 아나운서' 박지윤은 '욕망 아줌마'로 거듭나게 했다. 무존재감 이윤석의 가치도 넓히고 있다.
 
tvN 드라마 '나인'과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의 다운로드 수를 증폭하게 했고, 정치 현안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겨우 2%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지만 JTBC '썰전'의 힘은 무시무시하다.
 
이렇듯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썰전' 김수아 PD를 만났다.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독한 멘트가 전이된걸까, 김 PD는 어떤 질문을 하든 가감없이 솔직한 대답을 이어갔다.
 
◇"제작진, 정치적 견해 전혀 없다"
 
김 PD에게 파급력이 대단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에 대해 소감을 물었다.
 
"JTBC 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시청률도 그렇게 높지 않아요. 그저 2049에서 1위하는 건데, 보는 시청자층 자체가 프로그램을 가지고 서로 얘기하고 소문을 내주는 층이라서 시청률에 비해 이슈가 많이 되는 거 같아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가지면 제작진은 피곤해진다. 기자들의 전화도 몰려오고 시청자들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프로그램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 그 중에서는 '배 놔라 감 놔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 PD는 부담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파급력을 갖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만든 건 아니에요. 관심 가져주니까 좋은데, 우리가 생각한 거 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냥 우리는 늘 같은 태도로 하는데, 보는 분들이 '어떤 주는 쎄다' '어떤 주는 약하다'면서 약하면 외압이 있었냐고 하세요. 관심은 감사한데 그 사이에 있는 억측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들면 우리가 국정원만 3주를 다뤘어요. 더 다룰 것도 없고 '우리가 국정원 전문 방송인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템을 바꿨어요. 그러니까 '왜 안 다루냐'고 막 뭐라 하는 거예요. 사실 우리는 시사에 관련된 PD도 작가도 없어요. 저는 그냥 예능 PD에요. 관심이 많은 주제를 취할 뿐이에요."
 
"마치 우리가 대단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는 게 부담스러워요. 저는 '썰전'을 통해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른 생각을 하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요. 서로 다른 논지의 이야기를 푸는 어른들을 위한 토크쇼. '제작진은 정치적 견해가 없다'라는 말 좀 꼭 넣어주세요."
 
(사진제공=JTBC)
 
◇"20회 기념 특집, 웃자고 만들었어"
 
'썰전'은 이례적으로 20회 특집을 꾸몄다. 100회도 200회도 아니고 20회. 이날 방송에는 언젠가는 꺼낼 것이라 예상된 안철수 카드를 꺼내 통화를 시도했고, 정몽준, 황우여, 김한길 등 각 당의 굵직한 국회의원들의 인터뷰도 있었다. 왜 20회였을까?
 
"그냥 웃자고 한거예요. '얘네들 별 걸 다하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약간 우리가 마이너한 정서가 있는데 그런 거랑도 맞는 것 같고요. 얼마나 야지(놀림) 주는데요. 20회 기념을 한다고. 하하"
 
"사실 놀림 받으려고 만든건데, 국회의원들은 너무 진지하더라고요. 1페이지짜리 축전을 만드신 분도 있었어요. 담당VJ가 자유문답하면 안되냐니까, 보좌관들이 극구 말렸대요. 이번에 국회의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좀 재밌었어요."
 
20회 특집 관련 안철수 국회의원에 대한 분량이 너무 적어서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고 묻자 그는 "애초 섭외할 때 안철수 의원이 부담감을 많이 가졌다. 우리랑 인터뷰를 하면 다른 곳에서도 요청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그런 내부사정 때문에 길게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JTBC)
 
◇"삼성 다룰 수 있냐고? 하면 하는 거죠"
 
방송 초반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전 의원의 대화는 굉장히 인기를 끌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었고, 이를 일반인의 언어로 풀이했기 때문이다. '통쾌하다' '흥미롭다'는 반응이 일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가십으로 치닫고 있지 않냐는 비판이 늘었다.
 
"사실 우리는 정치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민생 아이템도 꼭 해요. 교육도 하고 전기세도 했어요. 그런 거 다 두 분이 공부해서 온 거예요. 정치이슈가 많아서 그렇게 여기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저 관심이 높은 아이템을 찾으려고 해요."
 
"우리는 가십 프로그램이에요. 술자리의 수다를 스튜디오에서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하는 비판 같아요. 우리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더 깊이 있는 걸 원한다면 시사프로그램을 보길 추천합니다. 비판을 받을 때 마다 '더 가볍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압설도 많이 돌고 있는 '썰전'이다. 편향적이라는 인식되는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정치적으로 균형잡힌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걱정 반 우려 반에서 나오는 얘기 같다. 하지만 외압은 전혀 없고 '내 놓은 자식'이라는 게 김수아 PD 설명이다.
 
"딱히 터치가 없어요. 사사로운 아이템부터 그 어떤 것도 관여하지 않아요. 모든게 우리 제작진에서 나와요. 여운형 CP도 코멘트만 해주지 특별히 방송 제작에 끼지 않아요."
 
'썰전' 코너 '예능심판자'에 출연 중인 허지웅 기자는 손석희 교수가 JTBC 보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과연 JTBC가 삼성을 깔 수 있냐. 까면 인정받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금도 회자되는 발언이다. 이후'썰전' 제작진에 '삼성을 까라'는 요구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삼성은 무조건 파헤치고 까야되는 존재인가요. 저희가 보도방송도 아니고 파헤쳐서 깔 생각은 없어요. 실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중앙일보 기자들은 기분 나빠하더라고요. JTBC랑 관계가 없다고요."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을 다루듯이 삼성에 대한 이슈가 터졌을 때 다룰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쿨'했다.
 
"앞서서 이재용 부회장 관련해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어요. 삼성을 깐 건 아니지만. 삼성 아이템이야 뭐 하면 하는 거죠. 그정도는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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