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에서 소니 Z3를?..모바일 유통구조 변화 바람
2014-11-05 17:47:21 2014-11-05 17:47:21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 직장인 A씨는 며칠 전 헤어드라이기 구입을 위해 서울역 하이마트를 찾았다가 흥미로운 제품을 발견했다. 하이마트에서 소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3' 공기계를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 그간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휴대폰을 구입해 온 A씨로서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광경이었다.
 
국내 모바일 시장 유통 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영향으로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매력이 반감되면서 이통사 약정에 얽매이지 않는 공기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 
 
이는 곧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이통사 독점이던 유통 구조를 뒤흔드는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후속 움직임도 이어졌다. 애플에 이어 단통법 수혜자로 꼽히는 소니가 국내 최초로 양판점에 공기계를 공급하며 판매채널 확장에 나섰다. 한때 부진 끝에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소니로서는 새로운 계기였다.
 
소니는 지난달 말부터 하이마트 잠실 2개 매장을 비롯해 압구정, 서울역, 김포공항 등 서울 5개 매장에서 엑스페리아Z3와 Z3컴팩트 단말기를 판매 중이다. 자급제폰 방식으로 국내에 단말기를 공급해온 소니의 경우 소니스토어와 엑스페리아 체험샵 등에서 공기계를 판매해 왔지만 양판점에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자급제폰 방식을 통해 국내시장에 단말기를 공급하며 고전해 온 소니가 단통법 시행이라는 시기적 특성과 적극적으로 유통채널 확대를 통한 시너지로 인지도와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비슷한 이유로 중국 화웨이와 대만의 에이서 등도 자사 스마트폰 공기계를 하이마트에 공급 중이다.
 
소니 관계자는 "기존에도 오프라인 매장 판매는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이번 (양판점 판매)시도는 판매처 확대를 위한 시험적인 성격"이라면서도 "양판점이 갖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롯데월드몰점에서 판매중인 소니 엑스페리아 Z3(오른쪽)(사진=하이마트, 뉴스토마토)
 
국내 모바일 시장은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단말기를 판매하는 사실상의 유통 독점 구조다. 이는 온라인 등을 통해 공기계를 판매하는 방식을 주로 선택해 온 외산폰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단말기도 삼성 모바일 스토어 등을 통해 공기계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출고가보다 저렴한 가격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굳이 공기계 구입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찾기 힘들다.
 
통신사 보조금에 큰 영향력을 받지 않던 외산폰의 경우 단통법 시행을 점유율 상승의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소비자 역시 유심카드만 옮기면 특정 국가나 통신사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이통사 약정제도로부터 자유로운 이점이 있기 때문에 언락폰과 같은 공기계를 찾는 이들이 차츰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출시된 애플 아이폰6의 돌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동통신 3사가 다양한 이벤트를 앞세워 개통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고객들이 대거 몰린 이날, 서울 명동 프리스비 매장에도 언락폰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통사를 통한 개통이 필요 없는 아이폰6 플러스 언락폰 구입을 위해 하루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렸다는 국내 1호 개통자는 "이통사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언락폰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판매채널 확대 움직임이 시장구조 자체에 즉각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주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단통법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시행 초기인 데다 아직까지는 이통사를 통한 단말기 구매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천편일률적 대리점 개통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유통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소니 역시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보다 길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소니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인한 특수를 노린다기보다 원래 하던 방식에서 판매 채널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다만 지속적 채널 확대 계획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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