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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늘었지만 비전은 실종..지역개발 계획 논란
2014-12-02 18:14:32 2014-12-02 18:14:3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철학을 담은 지역개발 종합계획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까지 총 165조원(국비 109조원, 지방비 40조원, 민간투자 16조원)을 투입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과거 정권의 지역개발 정책과 달리 국가 장기비전은 실종되고 이미 추진된 지역발전 계획만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5년 앞을 못 내다보는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을 제정 후 세번째로 나온 지역발전 대책으로 2018년까지를 계획단위로 삼는 최상위 지역개발 계획이다.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 18개 중앙 부처와 17개 광역시·도가 참여한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5년간 ▲지역 행복생활권 활성화 ▲지역 일자리 창출 ▲교육여건 개선 ▲지역 문화융성 ▲복지의료체계 개선 등 5대 분야에서 165조원 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연도별 재정소요 계획(자료=산업통상자원부)
 
과제별로는 지역 행복생활권 활성화에 87조원, 지역 일자리 창출에 38조원, 교육여건 개선에 8조원, 지역 문화융성에 16조원, 복지의료체계 개선에 14조억원이 지원된다.
 
김성진 산업부 지역경제정책관은 "이번 계획은 민선 6기 출범 후 중앙과 지자체가 처음으로 만든 지역발전 계획"이라며 "예산도 2004년(45조원)보다 3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을 박근혜정부의 최상위 단위 지역발전 계획이라고 내놓기에는 단지 예산만 늘었다는 점 외에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박근혜정부의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을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 때의 지역발전 계획과 비교하면 국가 장기비전은 사라지고 정책의 빈약함이 도드라진다. 
 
참여정부는 균특법을 제정해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내세웠고, MB정부는 5+2 광역경제권 설정과 30대 지역 선도프로젝트 발굴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국가 균형발전을 달성하고 지역경제를 육성할 것인지 비전을 찾을 수 없다.
 
정부는 대신 지역주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역개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지역 고용 창출과 교육·문화여건, 복지의료체계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과거 정부와 지자체에서 모두 추진했던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짜깁기 논란만 낳는다.
 
실제로 지역 행복생활권 조성을 위해 추진하는 부산의 글로벌 영상산업단지 조성과 대구의 소프트웨어 융합산업 클러스터, 광주의 문화·콘텐츠 산업육성 등 대부분 사업은 MB정부의 광역경제권과 올해 3월 나온 지역경제활성화 대책 등에 새 이름만 단 수준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2004년 균특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19번이나 개정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만 더 커졌다"며 "정부는 정권마다 장기 전략을 바꾸고 선물보따리식 주민 체감형 정책만 남발해 지역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의 생활여건을 개선 명목으로 실시하는 상수도 보급률 확대, 도시가스 보급률 확대, 지자체 CCTV 관제센터 구축, 도로 여건 정비, 지방대학 육성, 산업단지 조성 역시 이미 추진됐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사업에 숟가락을 얻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광역경제권 육성사업 개요(자료=산업통상자원부)
 
심지어 정부의 18개 부처가 모여 만든 계획이다 보니 기초정진건강증진센터 확대,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육성,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구축 등 이미 보건복지부가 자체적으로 실시 중이고 성과를 냈다고 홍보했던 사업까지 지역발전 계획에 포함됐다.
 
정부가 자랑하는 165조원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지도 문제다. 정부는 참여정부와 MB정부 때보다 지역발전 예산이 늘었다고 홍보하지만 예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부처 간 계획이 저마다 달라 취합한 자료를 공개하지 못했다는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가 저마다 재정악화를 겪으며 중앙 정부와 예산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대형 개발사업을 지양하는 데다 예비타당성 검사이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5년 안에 지역별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지 의문이다. 
 
전남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지방에 지역개발 권한을 이양했다고 하지만 지자체가 예산을 운영하려면 중기 재정계획을 세우고 국토기본법과 균특법,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지방재정법 등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예산을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처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0.5%포인트 올랐지만 동남권과 대경권은 각각 0.5%포인트와 0.8%포인트 낮아지는 등 수도권과 지역 간의 산업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5+2 광역경제권과 지역선도산업 발굴을 강조한 MB정부 때도 이 정도였는데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장기 비전까지 실종된 이번 정부의 지역발전 계획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실망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2004년 이후 균특법의 취지가 가장 많이 훼손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촉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으나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도 철학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이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지역발전 계획 변화 내용(자료=산업통상자원부, 대구경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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