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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인구 증가율 최고..공무원 '베드타운' 효과?
병원·주유소 등 생활시설 부족..과장급 공무원 등 '기러기' 생활
2015-04-23 17:14:30 2015-04-23 17:14:30
세종시가 지난달 인구 순유입률이 가장 많은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는 지난 2012년 7월 공식적인 출범이래 순유입률이 가장 높은 도시로 줄곧 꼽혀왔다. 정부종합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개발 효과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사 일대를 중심으로 세종시의 주말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세종시가 여전히 공무원들의 주중 '베드타운'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높은 통계치의 이면에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눈물겨운 '기러기 생활'이 숨어 있다. 가족들을 서울 등 수도권 등지에 두고 온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앞다퉈 서울행을 감행하고 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3월 국내인구이동'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사철을 맞아 국내 이동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8.8% 많은 총 77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세종시가 순유입 2.91%를 기록하며 순이동률 가장 높은 도시로 꼽혔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세종시대’의 도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세종시 거주자들의 속내다. 지난해 말 세종청사 3단계 이전까지 마무리 됐지만, 병원과 주유소 등 생활근린시설의 부족등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안개가 자욱한 세종시./사진 뉴스1
 
 정부세종청사 내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전 여부는 결혼의 유무와 자녀의 취학 여부 등에 따라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뉜다.
 
미혼자의 경우 나홀로 세종시로 이전해 온 싱글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혼자는 일반적으로 자녀의 유무에 따라 다르다. 자녀가 없는 기혼자들의 경우, 부부 모두가 세종시로 이전해 와 함께 사는 경우가 흔하다. 자녀가 있는 경우는 미취학 자녀를 둔 가정일수록 세종시에 살고, 취학 가정일수록 기러기 가정인 경우가 많다.
 
기러기 생활 방식도 다양하다. 아파트 한 채를 임대해 친한 동료들끼리 모여 사는 동거족이 있고, 작은 원룸을 얻어, 잠 자는 시간만 집에서 보내는 나홀로족이 있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과장급 연령대가 가장 끼인 세대”라고 말한다. 그는 “가족에게 세종시로 내려와 함께 살자고 하기에는 아이가 이미 커서 전학을 보내기 눈치가 보인다”며 “그렇다고 남은 공직 생활 기간도 다른 실·국장급 공무원들에 비해서는 훨씬 길어 혼자서 출퇴근을 감내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오는 7월 세종청사 공무원들에 대한 정부의 출·퇴근 지원이 사라지게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처의 한 관계자는 “정부청사의 세종 이전을 결정한 이들 중 지금 세종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책임을 떠안은 행정부와 책임지지 않은 입법 관계자가 있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도 가족을 둔 생활인”이라며 “통근 버스 지원을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단절하고는 무작정 세종시로 옮기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방글아 기자(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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