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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8 16:52:34 2015-05-18 16:52:34
13일 정부가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한국 아동의 삶 만족도가 꼴찌로 드러나자 받은 충격이 컸던 것일까? 보건복지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아동의 삶 만족도를 29위 루마니아(76.7점)보다 약간 높은 77점까지, 장기적으로는 향후 10년 안에 OECD 평균 수준인 85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동정책 기본계획은 국내 최초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반영한 정책이다. 워킹맘, 워킹대디를 지원하는 센터를 설립하고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아동 놀이권 헌장’을 제정한단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한 듯한 정책,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포퓰리즘 정책이다, 사교육 시장이나 철폐해라, 아동의 법적 권리부터 보장해라, 문득 들여다본 기사 댓글 속, 아동정책 기본계획과 정부에 대해 뿌리 깊게 자리한 불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 아동의 삶 만족도가 낮다는 것. 이는 사실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2014년 OECD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자살률 1위, 출산율 34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 중 33명이 생활고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죽도록 내버려두는, 살기 어려워 아이를 낳기 두려운, 한국은 불행한 사회다. 이곳에서 국민 중 일부인 아동의 삶 만족도가 낮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했을 거다.
 
아동의 삶 만족도를 끌어올리려는 계획,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동의 삶은 부모, 형제자매, 친구 등 주위 사람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아동의 삶에 대해서 논하기에 앞서 주변 사람, 국민의 삶에 대해 접근해야 했다. 국민의 삶과 관련된 사회 구조의 변혁에 대한 논의는 거부한 채, 아동의 삶 만족도에 대해서만 구색 좋게 끼적거리는 정책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KBS 뉴스 영상. 캡쳐/바람아시아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보도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같은 언론사는 OECD 학업성취도 3위를 달성한 한국의 업적을 기사화했다. 5위권 아시아 싹쓸이! 그러나 기사 곳곳 담겨 있는 통쾌한(?) 분위기가 교실 안 갇혀 있는 학생의 기죽은 모습을 가리진 못한다. OECD 3위로 ‘끌어올려 진’ 학생 너머, 만족할 수 없는 삶에 만족하며 OECD 평균으로 ‘끌어올려 질’ 아동이 문득 엿보인다.
 
 
 
허석영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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