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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각 말 바꾼 삼성, 시장 신뢰 저버려"
삼성물산 "공식적으로 자사주 매각계획 없다 말한 적 없어" 반박
2015-06-11 13:05:54 2015-06-11 14:08:46
지난 10일 자사주 매각을 결정한 삼성물산에 대해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자사주 매각은 없다’던 삼성물산이 태도를 바꿔 KCC에 자사주 매각을 결정하자 시장에서는 주주들의 신뢰가 절실한 마당에 오히려 신뢰를 잃게 됐다는 비판이다.
 
삼성물산(000830)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가 보유 중인 보통주 자기주식 전량을 KCC에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총 899만주로 처분가액은 10일 종가기준 6743억원이다. 이로써 삼성 측은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 회장(1.41%) 등 기존 보유 지분 13.99%에 KCC가 확보한 5.79%를 합쳐 총 19.78%의 지분을 확보했다.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율은 7.12%다.
 
삼성물산은 “원활한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당초 합병 취지인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제고를 가속화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회사 측은 바로 전날인 9일까지도 시장에서 나돌고 있는 ‘자사주 매각설’에 대해 “자사주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주주들의 설득 작업을 통한 우호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11일 주주명부 폐쇄를 앞두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매각설을 부정해 왔던 삼성이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그만큼 우호지분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 변경에 대해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은 전날까지만 해도 자사주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주주명부 폐쇄를 앞두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며 “자신의 명분은 훼손하고 상대방의 명분을 강화한 그야말로 ‘최악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주주의 이익 증진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합병의 정당성까지 스스로 훼손해 향후 두고두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비판에 직면할 부담을 안게 됐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울러 “근시안적 시각에서 무리수를 둔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마저도 의구심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공식적으로 자사주 매각 계획이 없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엘리엇 측이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결정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사간 분쟁은 또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이날 엘리엇은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5.76%를 제일모직 제휴사인 KCC에 매각 제안한 것은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관계자들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의 자사주가 합병결의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제기를 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곧바로 자료를 내고 “자사주 매각은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것으로 회사의 이익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전경(사진=삼성물산)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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