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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차기 검찰총장의 자격
2015-11-02 06:00:00 2015-11-02 06:00:00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모든 검사의 꿈은 검찰총장이다." 이 한마디는 검찰총장 자리의 무게를 대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차기 검찰총장후보로 대구 출신의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풍부한 김 지명자는 법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엄정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을 잘 지휘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적폐들을 시정해 나갈 적임자"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김 지명자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무와 검찰 주요보직을 역임했고, 법조계 안팎에서 "탁월한 수사능력과 기획력을 갖춘 합리적 검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면 수원지검장 당시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수사사건의 야전사령관으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이끌어 낸 경력이 이번 지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통령의 코드인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검찰총장은 어떤 자리인가. 법적으로 대검찰청의 각종 사무 및 국내 검찰사무를 통할하며, 소관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관직이다. 신분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국무위원이자 정치적 공무원이므로 검찰사무가 정치적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여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라고 규정한 결과,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사 사이에서 정치적 방파제로서의 중요한 지위와 기능을 담당한다. 종래에는 임명제였으나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1988년 12월 검찰청법을 변경하여 2년 임기가 보장된다. 권력자의 저승사자라 불리던 검찰총장 직속부대인 대검중앙수사부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2032명 검사의 수장으로 국가 사정기관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무게는 다른 권력기관을 압도한다.
 
국민의 관심사는 자연히 차기 검찰총장의 역할과 임무에 집중된다. 먼저 국민들은 신임 검찰총장에게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정의의 집행자가 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꼬리표를 떼며 인터넷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기억한다.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 측근의 비리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을 엄정하게 수사한 결과란 것을 신임 지명자도 잘 알 것이다. "국민은 권력자의 의중을 살피지 않고 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검찰총장을 원한다"며 "청와대, 재벌 등 기득권 세력에 관한 수사도 엄정하게 하여 진정 '국민의 검찰'로 만들 수 있는 검찰총장을 원한다"는 참여연대의 성명은 이런 열망을 반영한다. 차기 검찰총장이 명심할 첫째 임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핵심이다. 검찰 권력의 힘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서 비롯된다. 편파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검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차기 검찰총장은 2016년 4월13일에 있을 20대 총선을 직접 관리해야 하고, 2017년 12월 20일에 시행될 대통령선거 직전까지 검찰을 지휘해야 하는 등 두 차례의 큰 선거를 공정하게 치러야 할 운명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 같은 뜻에서 "신임 검찰총장은 검찰의 총수로서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정치권력에 영합하지 아니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능력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기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개혁도 큰 과제다. 권력형 비리 수사제도가 여전히 논란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번 정부 출범 이후 32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진통 끝에 주된 특수 수사업무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포스코 비리수사 등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그 역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사도중 검사의 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한 인권 침해도 문제다.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의 수가 100여명에 달하는 등 검찰의 강압수사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한변협이 최근 검사평가제도를 도입하게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신임 검찰총장이 검찰 혁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경찰청장이나 국세청장과 달리 검찰의 수장을 검찰총장이라 부르는 것은 사법기관인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때문이다. 차기 총장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2년의 법정임기를 충실히 채운 뒤 역사에 남는 '국민검찰총장'으로 명예롭게 퇴임하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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