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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주장, 편향성 해석 ‘극과 극’
(찬성)“역사적 사실 오류 잡고 논쟁 종식해야”
(반대)“다양화 부정으로 오히려 편향성 강화”
2015-11-17 06:00:00 2015-11-17 11:00:16
확정고시와 집필진 구성 등 후속절차가 이어지고 있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교육부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와 여당까지 나서며 연일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발 움직임 역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 야당, 학계, 교육계 등 수십여개 단체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왜곡된 역사가 아닌 진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친일인명사전’배포를 두고 양 진영이 각을 세우는 등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헌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까지 제기되면서 법정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측의 입장과 논거를 분석하고 핵심 주장을 정리했다.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유청년연합, 자유통일연대 회원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 기자회견을 하며 국정교과서 찬성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부, 정부 등은 현재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편향성을 국정화 추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들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역사 교과서 검정제 도입 이후 국민을 통합하고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있는 역사 인식을 기르는데 기여하지 못했다"며 국정교과서가 불가피한 차선책임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제 6차 통일준비위원회 회의에서 "통일을 앞두고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역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통일이 되기도 어렵고 통일이 돼도 우리의 정신은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게 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혀 국정화 전환 주장에 힘이 실린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3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의 고교 한국사교과서에 대해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황 총리는 "전국 2300여개의 고등학교 중 3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 고등학교 중 딱 3곳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는 모두 편향됐다는 것이다.
 
이어 황 총리는 기존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먼저, 두산동아 역사 교과서 278쪽 하단을 보여주며 "너무나도 분명한 6·25 전쟁의 책임마저 북한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일부 교과서가 '독재'라는 표현을 북한에는 2번 사용하면서 남한에는 24번 사용한 것과 6·25전쟁 책임을 남북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기술한 내용 등을 편향성의 사례로 제시했다.
 
한국미래포럼 집행위원장인 최석만 세종대 교수는 현 검인정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를 비하하고 북한 정부는 미화해왔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정부출범,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함으로써 북한은 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로 높이고 대한민국은 출범으로 축소하고 비하했다.
 
또 스탈린이 북한지역에 단독정부 수립을 지시한 사실을 은폐해 남북분단의 책임이 소련과 북한이 아닌 남한에 있는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되면 학습 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전환된다.
 
황 부총리는 "지금처럼 교과서가 많은 상황에서는 수능 보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하나의 교과서만 배우면 되니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3%가 국정교과서로 수능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2.4%에 불과했다.
 
“객관성·공정성 없어…국가관 오도 우려”
 
서울과 경기도내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 배포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논란이 불거졌다. 좌편향적이고 진보성향으로 분류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친일인명사전은 좌파 성향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것으로 중·고교에 보급하는 데만 국민혈세 1억7000만원이 든다고 한다”며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친일인명사전이 자칫 자라나는 학생들의 역사관과 국가관을오도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사무총장은 “제대로 검증 안 된 친일인명사전을 배포하는 건 교육청 스스로 편향된 시각을심어주는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반대한민국적, 반교육적인 이같은 결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민족문제연구소는 그 창립선언문을 보면 해산된 통진당과 아주 흡사한 패러다임을 가진 단체”라며 “대한민국을 반민족, 반민중적 체제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등도 친일인명사전에 오류가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교학연)’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제 멋대로만든 ‘친일 사전’을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에 뿌리겠다는 것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의무자비한 횡포”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면 그 학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반드시 고발할 것”이며 “가능한 한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친일인명사전에 대해서도 “사전에 수록된인물의 친일 기준이 애매모호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 등이 포함된 것은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학연은 올해 초 ‘친일인명사전’ 보급 계획이 알려지자 “학교 현장에 배포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형사 고발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 6.25전쟁 때 북한 침략을 막은 백선엽 등을 친일인사라 낙인찍으면서, 친일 논란을 일으켰던 좌파 계열 인사들은 명단에서 제외시켰다”고 지적했다.
 
 
한국YWCA연합회와 한국YMCA전국연맹 회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 YWCA연합회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 공동기자회견 을 마치고 명동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대의견 쪽의 논거는 국정화를 통한 친일·독재 미화우려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역사적으로 복권시키고친일파와 독재자라는 비판을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또 국정화는 집필, 편찬, 수정, 개편까지 정부 뜻대로 하겠다는 독점화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전지역 학부모들은최근 성명에서 “아이들에게 거짓을 가르칠 수 없다”며“신화는 삼국신화로 충분하다. 유신과 독재는 신화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친일과 독재가 대화로 미화되고 항일과 독립, 민주화운동이 사라지는 것만 해도 이미경악스럽다”면서 “어떻게 소녀들이 일본 군대를 따라갔으며 쌀은 수탈이 아니라 수출이고 민주화운동이 폭동이며 군사쿠데타는 구국의 결단이냐”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광고로 내보낸 ‘유관순 광고’도 왜곡문제로 논란에 휘말렸다.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자막으로 ‘유관순은 없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는 현행 교과서에 유관순에대한 내용이 없어서 학생들이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보급된 고교 ‘한국사’ 8종에는 모두 유관순 관련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반대론자들은 반박하고 있다.
 
전교조는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유신 회귀를 꾀하는 ‘역사쿠데타’이자 국민의 역사의식을 통제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편향된 내용으로 채워질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화 확정 예고때만 해도 집필진은 공개가 원칙이었다. 국정화 확정 이후 황 부총리는 “국정교과서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대표 집필자 6명 중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만 공개된 상태다. 반대론 측은 개방성과 투명성조차 무너진 채 객관적이고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편향된 특정 시각을 반영할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론자들은 교과서 국정화 회귀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마저도 지난 4월 역사 과목을 포함한전체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론조사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좋은교사운동이 전국 초·중·고교 교사 852명을 대상으로 국정화 찬성 여부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매우 반대’가 78.9%, ‘반대’가 11.5%로 집계됐다. 반면 찬성 의견을 밝힌 교사는8.8%(매우 찬성 5.3%, 찬성 3.5%)에 그쳤다.
 
지난 6일 한국갤럽 여론 조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찬성이36%, 반대가 53%으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교육부가공개한 ‘행정예고 의견 수합 현황’에 따르면 인원 수 기준으로 국정과서 반대는 32만1075명, 찬성은 15만2805명으로 집계됐다.
 
‘친일인명사전’ 배치 정치적 해석 말아야
 
‘친일인명사전’이 다음달부터 서울시내 중·고교도서관에 비치된다. 서울시내 중학교 333곳, 고등학교 218곳 등 551개 학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015년도 서울시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1억7550만원을 증액해 서울 시내 모든중·고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배포하기로 했다. 이는 국정화 논란이 있기 전에 이미 1년전에 예정된 사업이었으며 역사 논란이나 친일 논란을 정리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논쟁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언급됐다.
 
이와 관련,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국정교과서가 되면 아마도 친일이나 독재에 관한 역사적 진실이 제대로 기술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적 진실 그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보충 자료로 사용하도록 친일인명사전 예산을 편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친일인명사전 배포 계획은 새누리당 시의원들도 동참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개인의 정치적 입장에따라 책에 덧칠해진 보수와 진보의 색채와 관계없이 모든 책은 사고의 근거이자 대상”이라며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비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친일인명사전’의 학교 비치가“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도서의 비치 자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친일인명사전 구매 방식은 내년 초까지 관내 중·고교에 목적사업비로 구입 비용을 내려보낸 후 각학교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기도도 내년에 855개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이 보급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관련 예산 2억5660만 원을 편성해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친일인명사전은 공식적으로 출판허가 받아 출판된 책”이라며 “학교에 배치하는 부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방응모 조선일보 전 사장, 음악인 안익태(애국가 작곡가) 등 친일인사 총 4389명의 명단과 친일행적이 기록돼 있다.
 
 
 
윤다혜·박용준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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