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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프로보노 활동이야 말로 온전한 법률가로 설 수 있는 기회죠"
김용담 사단법인 '나눔과 이음' 이사장 인터뷰
“투자 더 많이 해야…양적으로 키워야만 질적인 면도 발전”
“법률가는 법률업무 해야…전문성 살린 공익활동 말려선 안돼”
2015-12-08 10:15:47 2015-12-08 10:15:47
"로마시대 법률가는 돈을 받지 않았어요. 너무 신성한 직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법률가입니다. 지금은 너무 돈과 연결되고 있는 점이 아쉬워요. 변호사들이 이를 스스로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프로보노는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김용담(68·사법연수원 1기) 전 대법관의 프로보노와 변호사에 대한 말이다. 그는 2010년 37년이 넘는 법관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표 변호사와 함께 사단법인 '나눔과이음' 이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나눔과이음'은 세종이 만든 공익법인으로, 2014년 9월 출범했다. 김 전 대법관은 법조공익모임 '나우'의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우는 2013년 12월 판·검사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창립됐다. 김 전 대법관은 '나눔과이음' 이사장을 맡기에 앞서 이미 공익활동에 나서 있었다.
최근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의 프로보노 활동이 규모와 범위가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이런 현상을 '국내 로펌 프로보노 활동의 확장기'로 진단했다. '변호사가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라는 프로보노의 개념이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활동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모든 변호사가 성직자에 버금가는 고도의 윤리성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스스로 프로보노 활동에 투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을 만나 최근 국내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사단법인 '나눔과 이음' 김용담 이사장(전 대법관). 사진/최기철 기자
 
법무법인 세종의 프로보노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현재 이사장을 포함해서 5인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즉 의결기구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법 자문사 출신 국장이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세종은 2007년 1월 변호사와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익활동단체로 '세종사랑나눔회'가 출범했고 같은 해 10월 '공익활동위원회'가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공익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9월 로펌 내에 '세종공익센터'를 출범한 뒤 공익활동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이후 청소년지원팀, 코피노프로젝트팀이 발족했다. 세종장학사업과 교육기부사업 등이 시작된 때도 이 때다.
2014년에는 사단법인 '나눔과이음'을 설립하면서 더욱 조직화되고 일원화됐다. 이 해 12월 지정기부단체 승인을 받았다. 이후 탈북민과 다문화 등 사회의 통합을 위한 공익활동에 집중하면서 공익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국내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 경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프로보노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적 재능을 살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체의 활동을 의미한다. 법률가, 특히 변호사라면 무료변론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로펌의 무료변론 활동은 자칫 여러 면에서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로펌의 업무 특성상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많지 않다. 때문에 단발적인 무료변론 보다는 장학사업이나 구제사업, 문화사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범위와 규모가 넓어지고 커지다보니까 체계적인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과거 로펌 내에 있던 공익활동위원회 등이 별도 법인으로 독립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국내 로펌 프로보노 활동의 특징이다. 프로보노 활동의 확장기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은 더 활성화 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대법관 등 고위 재조출신이 로펌 공익활동을 맡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법률가는 법률업무를 해야 한다. 법률가의 업무적 본질 자체가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다. 때문에 그를 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법조윤리가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만큼 높은 정도의 윤리성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타당하다. 감시받고 견제 받는 법률가로서도 '스스로도 엄격해야 한다'는 채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법률가로서 본연의 전문성을 살려 공익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차단하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법률가가 법률가로서 어떻게 마무리를 잘 할 것인가의 문제는 법률가 개인에게 맡겨진 것이다.
 
로펌 대표가 공익단체 이사장을 맡는 것은 바람직한가.
 
로펌마다 대표나 고문이라는 직책을 갖고 하는 일이 다 다르다. 세종은 로펌을 운영하는 매니징 파트너가 따로 있다. 나는 매니징 파트너가 아니다. 로펌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분리되어 있다 보니 로펌 측에 재정지원을 요청하거나 소속 변호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등 '나눔과이음' 이사장으로서 활동하는 데 전혀 마찰이 없다.
 
프로보노 활동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
 
변호사의 업무는 그야말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아주 공익적인 것이다. 로마시대 법률가들은 돈을 받지 않았다. 너무 신성한 직업이라 돈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당시 규범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호사 업무가 돈과 연결되면서 공익적인 것은 사라지고 돈만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법률가의 본래 모습은 아니다. 법률가는 자기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인권보장과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변호사나 법률가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변호사가 스스로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프로보노는 꼭 있어야 되고 강조가 되어야 한다. 특히 기업과 자주 일하는 로펌 변호사들로서는 사회적 약자들을 직접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프로보노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더욱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온전한 법률가로 서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김용담 사단법인 ‘나눔과이음’ 이사장(전 대법관이) 지난달 27일 세종 본사가 있는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타워남산 1층 로비에서 개최된 ‘사랑나눔 행사’에서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할 방한용품 선물박스에 넣을 카드를 적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세종
 
세종 프로보노의 비전은 무엇인가.
 
"사회와 이웃에 대한 나눔과 이음을 실천하는 전문가"가 세종 프로보노의 비전이다. 공동체 발전을 위한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소외와 차별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 구체적 내용이다.
 
세종의 프로보노 활동에서 가장 중점적인 활동은 무엇인가.
 
탈북민 관련 활동이다. 2010년부터 서울남부하나센터에서 탈북민 대상으로 법률강의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탈북대학생리더양성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탈북대학생 중 장학생을 선발해 우리 소속 변호사들과 일대일 변호사멘토링을 맺어주고 매월 생활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탈북대학생들이 탈북중고교생들에게 재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이어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탈북민영어스피치 대회를 매년 2회씩 개최하기로 했다. 스피치대회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탈북민들이 영어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영어학습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 외에도 2007년부터 업무협조를 해오고 있는 히딩크재단의 히딩크드림필드 프로젝트, 이주문을 위한 공익소송, 밀알복지재단등 NGO에 대한 무료법률자문서비스,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세종장학회 사업 등이 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코피노 프로젝트는 소정의 성과를 거둔 상태로 현재는 그 역량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11월 UN난민기구에서 찾아와서 간담회를 가졌다. 내년쯤에는 소속 변호사들의 자발적 참여 등을 고려해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와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로펌간 프로보노 경쟁은 바람직한 것인가.
 
아직 국내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은 규모나 범위 면에서 경쟁이 성립될 정도는 아니다. 그만큼 갈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이 더욱 활성화 되면서 경쟁 관계가 성립된다면, 이왕이면 세게 붙어야 한다. 건전한 프로보노 경쟁은 전체적인 법률가들에 대한 평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한국 로펌의 프로보노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변호사들 개개인이 그런 의식을 가져야 한다. 양적으로 키워야 질적인 면도 따라갈 수 있다. 실제로 프로보노 활동의 수혜자는 목적에 맞게 국민들이어야 한다. 국민들 중에서도 소외된 분들, 권리가 있음에도 주장하지 못하고 보장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로펌의 프로보노는 점점 더 집중되어야 한다.
 
사단법인 ‘나눔과이음’ 회원들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와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세종 본사가 있는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타워남산 1층 로비에서 개최된 ‘사랑나눔 행사’에서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할 방한용품 선물박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세종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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