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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노장들 복귀시켰지만…
대규모 적자에 윤세영 그룹 회장·이재규 전 사장 복귀
개발사업 강화에도 신용등급 하락 잇달아
2015-12-17 16:11:52 2015-12-17 16:11:52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지난해 800억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한 태영건설(009410)이 자체개발사업을 위해 이재규 전 대표이사 사장을 복귀시키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등급을 강등시키는 등 아직까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내렸다. 이에 앞서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지난 10월 태영건설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 두 신평사는 채산성 저하로 인한 현금창출력 약화, 공공부문 수주 어려움 등을 고려, 신용등급을 낮췄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분석이다. 주력이었던 공공공사 발주가 줄어들면서 입찰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주잔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다 최저가낙찰제로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가율 증가와 미청구공사 증가로 현금 흐름마저 악화됐다.
 
이에 태영건설은 작년 11월 칼을 뽑아들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총 7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태영건설은 6년 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재규 전 사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까지 16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시켰다.
 
태영건설은 2013년 4분기 149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이래 3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시현하며 2014년도 한 해 동안 총 7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은 개발사업 강화를 위해 개발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초 3본부였던 조직은 개편을 통해 4본부 체제로 전환됐다. 신설된 개발본부에는 수주영업실, 기술연구소, 전주창원개발사업단 등이 흡수됐다.
 
문제는 영업수익성 개선을 위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개발사업으로 손을 뻗쳤지만, 아직까지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기간 내 개발사업이 늘면서 초기 사업비 회수도 지연되고 있다.
 
앞서 나이스신평은 태영건설이 지난해 레이싱 트랙 사업인 인제스피디움 관련 우발 충당부채 설정 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태영건설의 종속기업인 인제스피디움은 3분기 말 기준 마이너스(-) 17억원의 순자산가액을 기록,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지난달에는 태영건설로부터 운영자금으로 49억원을 차입하는 등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군부대 이전 사업으로 진행 중인 개발사업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토지조성단계에서 공기가 지연되면서 원가율이 대거 상승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
 
태영건설이 최대주주(지분 40%)로 설립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에코시티'가 전북 전주시 35사단 이전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주민 보상비 등이 늘어난 데다 프로젝트가 여러 차례 좌초 위기를 겪으면서 착공이 지연돼 수익성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당초 2013년 준공을 목표로 참여했던 건설사 가운데 일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융비용에 보유지분을 처분하고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경남 창원시 부대 이전사업 역시 택지조성 원가율이 94%를 넘어서면서 당초 계획한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어 보인다. 아직 택지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며 완공예정시기가 2017년 이후인 점을 감안하면 택지조성 원가율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 사업 역시 PFV인 유니시티에 태영건설이 최대주주(지분 48.46%)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태영건설 측은 "군부대 이전 사업들의 경우 PFV에 지분투자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은 태영건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사업이 지연되면 재검토를 통해 분양가 등을 재산정하는 만큼 수익성에 크게 영향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광명역세권개발 등 대규모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 착공 등에 따른 자금 선투입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자금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코시티 등 부동산개발과 관련한 PF 지급보증 규모는 총 609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47% 수준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이재규 사장 복귀 후 사업 포트폴리오에 개발사업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이 반영되진 않고 있지만, 에코시티에서 100% 분양이 완료된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총 27개였던 팀을 21팀으로 축소시키면서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도 슬림화했다. 지난해 말 1017명이었던 직원 수는 963명으로 줄어들었고 정규직은 800명에서 744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초 16년 만에 복귀한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좌)과 지난해 6년 만에 복귀한 이재규 태영건설 사장.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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