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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수익보다 안정 택한 퇴직연금, 미래는 어둡다
'내가 받을 돈 얼마냐'…리스크 회피하려는 국민의식 기금 성장 걸림돌
손실책임 부담 큰 비전문가들이 운용…단기 원리금 보장만 앞세운 금융권도 책임
2015-12-16 12:00:00 2015-12-16 14:55:54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은 약 110조에 달한다. 하지만 수익률은 약 3%로 OECD 국가들의 연기금 평균 수익률 9%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적연금인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불안한 노후를 담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지나친 안전상품 쏠림현상으로 인해 성장 정체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퇴직연금 상품 가입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확정급여형(DB)이 68.5%, 확정기여형(DC)은 23.1%의 점유율을 기록해 안정성 위주의 DB형이 월등히 앞서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77% 비중을 차지하던 DB형은 줄어들고 DC형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와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수익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돼 있어 안정성이 보장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분기별로 퇴직금을 근로자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자산을 늘리는 제도기 때문에 투자손실 책임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어 적립금을 예·적금 위주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한국연금학회는 퇴직연금이 안전상품으로 쏠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퇴직연금 내부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도영 KDB생명 이사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퇴직연금 담당 인사부는 비전문가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고로 손실이 나면 책임소재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DB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구성을 노동자 단체 또는 가입자 단체를 비롯한 비전문가들이 주로 하고 있다"며 "결국 주문하는 것을 보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위험자산을 늘린다고 하면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이는 사용자 사용인 모두의 책임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퇴직연금에 대해 리스크를 안고 위험자산을 늘리면 무조건 안된다는 국민들의 의식은 사적연금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보장형이 아니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연금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도 퇴직연금의 장기투자 보다는 단기적인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권하는 등 안정성을 내세워 고객유치에만 열을 올린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퇴직연금 도입 10년 동안 시장이 금융사들은 장기투자 보다는 고금리 상품경쟁만을 일삼았고, 사용자들도 투자리스크 대신 고금리의 매력적인 상품을 매년 선택할 수 있어 장기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정도영 KDB생명 이사는 "실제로 사용자 입장에서 리스크를 안고 위험자산에서 내는 수익보다 금융권에서 제시한 고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쉬웠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가장 합리적인게 단기적인 원리금 보장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퇴직 예정자와 퇴직자의 사회 재진출을 위해 중소기업지원 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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