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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작은 연못의 큰 고래…응답하라 국민연금
국내 자산운용 투자기법 선도…규모의 경제로 AI 투자수익률 '청신호'
2015-12-16 12:00:00 2015-12-16 19:08:45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 유명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지난 1988부터 국민연금이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소진되가는 분배단계에 이르렀다. 국민연금은 현재 500조원에서 향후 1000조원까지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국민연금을 '작은 연못에 뛰어든 큰 고래'로 비유하고 있다. 그 고래가 점점 커져갈때 그 파급효과는 국민노후 뿐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큰 기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27년의 역사를 지닌 국민연금과 공적연금의 한 축인 퇴직연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집중 조명한 '2015 한국연금학회 추계학술대회'를 되짚어 본다. (편집자)
 
국민연금은 지난 27년동안 국민노후 생활에도 많은 공헌을 많이 했지만 기금규모가 성장하면서 국내 금융시장 발전도 이끌어왔다. 
 
전세계 공적연금에서 4위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2015년 9월 500조원 기금운용 시대를 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첫해인 지난 1988년 5300억원에서 시작해 지난 2003년 처음 100조원을 넘어선 후 2010년에는 300조원을 넘었고 2013년 426조원, 지난 2014년에는 469조8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려나갔다.
 
방하남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국민연금은 작은연못에 뛰어든 큰 고래라고 볼 수 있다"며 "몸집이 점점 커져 1000조원으로 성장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국내경제 성장 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되면서 금융투자에 대한 여러기법이 진전되면서 자산운용사와 은행 등 금융시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0년도 이전에는 금융업계의 자산운용 기법이나 철학이 매우 희미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적립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및 해외투자 기법이 발전하게 됐고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의 투자영역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지홍민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산운용업계와 달리 보험업계는 국민연금이라는 큰 코끼리에 맞서 개인연금 시장을 공략하며 이쪽 시장에서 스스로 파이를 크게 늘려왔다"며 "이처럼 국민연금과 국내 금융권은 서로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급부를 주거니 받거니 해오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환상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스스로의 노후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국민연금이 빠르게 성장하고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기금을 운용하기에 따라서 노후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할 수 있고 조기 고갈 가능성도 있어 현재는 개인연금을 통해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대체율이 기금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인데 국가가 국민들에게 '노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기금을 운용한다면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더 많이 해줄 수 있다는 일종의 환상을 심어준 격"이라며 "OECD 국가들을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이 너무 높게 형성된 공적연금제도를 갖고 있는 경우 연기금이 제대로 된 성장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고령화 속도가 이렇게 빠른 상황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1 이상이 된다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 소득대체율이 40%인 상황인데 이는 향후 40년동안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또다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총자산이 500조로 성장해 덩치는 키웠지만 불완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사이에 보안과제를 도출해야 하는 대체성이 분명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은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완전히 보장한다는 리스크 문제를 왜곡하고 있고 국내 금융시장이 공적연금을 보완해야 할 여러 문제와 과제를 동시에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덩치커진 국민연금 먹성도 좋아졌네
 
자산운용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슈퍼갑'이니 일절 언급도 하지 말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돈이 약 30% 정도 되기 때문에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상당한 큰 손일 수 밖에 없다.
 
김병규 NH-CA 자산운용 본부장은 "국민연금은 위탁을 아무 곳이나 선정하지 않고 투자프로세스와 철학이 명확한 곳을 선별하기 때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그 기준에 맞춰 투자프로세스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스스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해외운용금액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내 금융 운용사는 해외운용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이부분은 모두 해외운용사들이 가져가고 있다는게 김 박사의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운용부분 역량을 많이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운용사들이 국민연금 뿐 아니라 다른 기금의 해외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은 현재 새로운 먹거리로 대체투자(AI)를 비롯해 해외투자에 본격나서며 수익률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AI는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기금의 대표적인 투자처인 채권 금리가 최근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국내 주식시장도 기금 규모가 성장하면서 신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홍민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늘어날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어서 이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국민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데는 AI가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축적에서 분배단계로… 2019년 정점 찍고 서서히 고갈
 
국민연금 흑자 규모는 2019년 최고치를 찍고 점차 하락세를 타면서 204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보험료 부과 체계와 재정 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이 '보험료 인상'과 '복지 축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 연금학회의 전망이다.
 
만약 사회보험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 개인들이 돈을 더 내야 한다면 2060년에는 월급의 40% 가량을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떼이게 된다.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아직 지급단계에 들어간 다른 나라보다 좀 더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운용되기 힘든 점이 있어 그걸 보충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 교수는 "아직은 국민연금이 축적되고 있는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정점 찍고 떨어지기까지 최고수준에 근접한 정도까지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연금학회가 지난 10일 금융투자교육원에서 '2015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 공적연금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집중 진단하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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