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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놓고 석화업계 대 환경부 '법정공방'
"대통령 순방 직후 환경부가 지침"…분쟁 격화
2016-01-20 17:53:24 2016-01-20 18:00:17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이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ETS·Emissions Trading Scheme)'를 놓고 석유화학업계와 환경부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소송을 제기한 15개의 석유화학업체들은 할당량을 정하는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다른 업종보다 지나치게 적은 할당량이 배정된 만큼 이를 취소하고 재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환경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각 업종의 할당량을 정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조한창) 심리로 19일 열린 석화업계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소송 5차 변론기일에서 석화업계 측은 "배출권 할당량이 2011~2013년 BAU 기준으로 정해졌는데, 2014년에서야 설명됐다"며 "해당 시기에 석화업계의 신·증설이 많아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특수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BAU(business as usual·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뜻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기준이 된다.
  
석화업계 측 대리인은 "대학 입시에서도 제도를 바꾸면 그 해에 적용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줘서 수험생이 변경 내용에 맞춰 준비할 수 있게 한다"며 "할당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것처럼 끌고 가놓고, 대통령 해외 순방 후인 2014년 9월 갑자기 지침이 마련돼 2011~2013년 기준으로 모든 것이 일괄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리인은 또 "미국, EU 등에서도 ETS 시행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 각 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게 하고, 많은 예외규정도 두고 있다"며 "감축에는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할당 배분은 공평하게 이뤄져야 하고 불공평은 어쩔 수 없으니 양해해 달라는 태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의 주체는 기획재정부이며, 녹생성장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국가 BAU의 결정과 수정은 관계부처 합동의 정책적 판단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환경부는 이어 "당시 BAU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아서 기획재정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합동 설명회도 수 차례 했고, 임원들만 따로 모아 설명을 하는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과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다"며 "UN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도 동일한 BAU가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국가 BAU의 37%를 감축하기로 한 정부와 거액의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다른 업종에서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앞서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은 환경부를 상대로 제기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관련 비철금속 업종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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