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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쇼크…국내산업 업종별 명암 '뚜렷'
정유·석유화학 '구름' 조선·플랜트 '비' 해운·항공 '화창'
2016-01-17 16:57:54 2016-01-17 17:08:31
국제유가가 급기야 2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2년여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도 무너졌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WTI) 선물유가는 29.42달러, 런던 ICE의 브렌트 선물유가는 28.94달러로 장을 마쳤다.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현물가 역시 11년 만에 처음으로 30달러선이 붕괴된 26.22달러로 마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가 16일(현지시간) 풀리면서 이란의 돈줄인 원유와 가스 수출 길이 열리는 등 추가공급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연초부터 불거진 중국의 경기 둔화 움직임이 확연해지면서 원유 소비량 또한 급감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보영 한국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 연구원은 "대이란 제재 조기 해제, OPEC 회원국들의 경쟁 심화,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의 공급 확대 등 국제유가 약세 심화 요인들이 존재한다"며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는 지난해보다 하락한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유가 쇼크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특히 유가에 민감한 조선·플랜트, 정유·석유화학, 해운·항공산업의 명암도 엇갈리는 추세다.   
 
정유·석유화학 '구름 다소'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일단 단기적으로는 호재, 중장기적으로 악재로 판단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국제유가 급락에도 정제마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석유화학업계 역시 원가 하락에 따른 제품 마진 상승 혜택을 누리고 있다. 다만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비싸게 들여온 원유를 싸게 팔면서 발생하는 '재고손실'의 우려를 지울 수는 없다.
 
증권가 역시 이 같은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성수기 효과에 따른 등·경유의 수요 회복과 정제마진 상승으로 정유사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정제마진은 3분기 대비 크게 상승하며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 확대, 원·달러환율 하락, 일회성비용 반영 등으로 석유사업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플랜트 '비'
 
조선업계는 올해도 힘겨운 한 해가 예상된다. 지난해 대규모 부실사태를 불러왔던 해양플랜트 사업이 저유가 쇼크 속에 한층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유가 급락은 유전개발 수요 및 석유개발(E&P) 관련 해양플랜트 수주 감소로 직결된다. 게다가 특수선을 제외한 상선 등은 이미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세계 조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49.2% 감소한 1328만 CGT를 기록(한국 592만 CGT 수주)했다. 석유시추 서비스 전문업체 머스크드릴링는 유가 약세 속에 해양 시추설비 시장이 향후 2년간 극도의 침체기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정찬신 한국석유공사 석유경영경제팀 연구원은 "저유가로 인해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한 국내 수출주도형 중후장대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조선업의 경우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 발주를 하지 않고, 기존에 발주했던 선박 계약마저 취소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항공 '화창'
 
다른 업종들과 달리 유류비가 원가에 포함되는 해운·항공업계는 올해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높다. 해운의 경우 원가 내 유류비 비중이 20% 이상, 항공은 40%에 이른다.
 
항공업계는 저유가 기조 속에 올해도 여행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월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유류할증료가 0원이 되면서 수요자의 가격부담을 한층 덜게 됐다. 이는 2008년 유류할증료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해운과 물류업계 역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해운업계의 경우 공급과잉 및 글로벌 경기 침체, 저유가로 운임료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올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재무구조 개선과정에서 선박들을 내다팔면서 경쟁도 힘들어졌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저유가 상황이 해운업계에 긍정적이지만 시황 약세로 유가 하락분이 운임 하락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의 선복량이 많아 운임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주유소에서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1329원, 경유는 1134원에 판매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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