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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가상·증강현실, 본격 경쟁 시작됐다
스마트글래스·VR 헤드셋…“3~5년래 경쟁 다변화”
2016-02-16 11:14:28 2016-02-16 11:15:28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 경쟁이 올해 본격화되면서 관련 제품과 서비스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 VR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 스타트업들은 VR 게임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 ‘CES 2016’에서도 VR 분야에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을 비롯한 버튜익스, 스피로다 등 중국 업체가 대거 참여했고, 48개 기업이 보급형 VR 기기와 콘텐츠를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의 기어VR관은 CES 전시관 중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며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또 인텔은 헬멧을 쓰면 안경의 AR 기능을 통해 공장의 어느 부분이 고장났는지를 알려주는 ‘스마트헬멧’을 공개하기도 했다. KT(030200)경제경영연구소는 “VR·AR은 게임 외에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광고, 마케팅, 의료, 언론, 건설 등의 VR 활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VR·AR 기술은 과거 30년 간 학계에서 연구되던 수준을 벗어나 3년 전부터 소비자 시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2016년은 본격적인 경쟁의 원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에 출시된 VR·AR 제품은 어떤 형태이며, 향후 경쟁의 양상은 어떻게 펼쳐질까.
 
빅뱅엔젤스 대표 투자자이기도 한 황병선 카이스트 소프트웨어대학원 대우교수는 ‘VR·AR 제품 플랫폼의 경쟁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의 제품 유형을 크게 ▲스탠드어론(Stand Alone)·AR 기반의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폰·VR 기반의 모바일 헤드셋 ▲PC·게임기 연동형 VR 게임 헤드셋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단 황 교수는 “세 가지 제품 플랫폼이 유사하게 보일 수 있고, VR 기반이어도 AR 기술이 추가될 수 있어 기술만으로 유형을 분류하긴 어렵다”며 “오히려 제품 플랫폼이 만들 수 있는 몰입도의 수준에 따라 다른 축으로 응용 분야를 구축하며 각자의 생태계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독자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스탠드어론 유형의 AR 기반 스마트 글래스는 ‘구글 글래스’가 원형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네트워크와 컴퓨팅 파워를 지원받고, 배터리를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다른 유형과는 달리 독립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BMW는 현재 미니(MINI) 자동차의 차별화를 위한 콘셉트 제품으로 AR 기반 스마트 글래스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카와 달리 자동차 자체의 지능적 동작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네비게이션, AR 테크 인식을 통한 편리한 정보 검색 등을 주요 기능으로 제시했다.
 
또 인텔은 최근 아웃도어용 스마트 글래스를 생산하는 ‘리콘 젯(Recon Jet)’을 인수했는데, 주로 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사용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스포츠 고글에 장착되는 부가 스크린이지만,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를 내장하고 향후 클라우드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 등과 연동된다면 버티컬 마켓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황 교수는 “스마트 글래스는 스마트폰 없이 동작하는 제품, 버티컬 마켓용 등으로 발전하면서 500~2000달러 가격대의 제품군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식 노동자의 노트북을 대체할 솔루션으로 예상하지만 본격적인 확산은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마트폰·VR 기반의 모바일 헤드셋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어VR’이 대표적이며, 원형은 역시 구글의 카드보드(Cardboard)다. 스테레오 렌즈가 내장된 헤드셋에 스마트폰을 장착해 저렴하게 VR 헤드셋을 구현하는 구조로, 스마트폰 플랫폼의 보완재로 주로 인식된다. 황 교수는 “이같은 유형은 제품 구조 자체가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고, 다양한 제조사에서 제품이 출시돼 혁신이 이뤄지고 있어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TIQ에서 고객이 삼성 기어VR로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현재 제공되는 360도 영상이나 단순 게임을 넘어서는 콘텐츠가 개발된다면 이 유형의 제품 플랫폼은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독자적인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은 초기 수준이지만 유튜브에서는 이미 400만개가 넘는 콘텐츠가 확보되면서 이같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 글래스 제품 플랫폼과 달리 300달러 이하의 저가 제품으로 이용자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히며, 이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시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년 이후에는 기술 경쟁을 넘어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다양성 경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PC·게임기 연동형 VR 게임 헤드셋은 보다 높은 수준의 몰입감과 가상공간에서의 존재감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시장 형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의 VR은 컴퓨터 스크린 내에서의 3D 게임 시장을 구축하는 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 TV 시장이 3D 비즈니스 생태계를 성장시키지 못한 것과 달리 게임 시장은 지불 의사를 갖춘 마니아 층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VR 게임 생태계에서는 크게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가 리드하는 PC 연동형 생태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이 만드는 게임기용 생태계 ▲밸브(Valve)와 HTC가 공동 개발한 Vive 제품 플랫폼 중심의 PC 연동형 생태계가 경쟁하고 있다.
 
황 교수는 “VR 게임 헤드셋은 게임 시장의 미래로 예측되기 때문에 최소 5년 이내에는 하드웨어 성능과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이 진행될 것”이라며 “모바일 게임이 캐주얼 게임에서 미들코어, 하드코어로 발전했다면, VR 게임 헤드셋 기반 시장은 초기부터 높은 몰입감의 하드코어 게임으로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 게임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빠르게 VR 시장으로 전환해야 하고,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아이디어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 PC 게임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도전해볼 만하고, 일반 콘텐츠 및 앱 사업을 준비했다면 스마트 글래스용으로 새로운 응용 시나리오를 제시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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