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네거티브 시대, 배당에 마이너스는 없다
2016-03-30 06:00:00 2016-03-30 06:00:00
자본주의는 진화하는 것일까? 퇴보하는 것일까? 전통적 경제이론으로 상상할 수 없던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을 오가는 공격적인 통화공급 정책이 실제 어떤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종의 경제학적 실험으로 얘기되기도 하며, 향후 경기회복이라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어떤 부작용을 겪게 될 지도 알 수 없다.
 
마이너스 금리의 정책의도는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저축보다는 소비나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주체들의 역반응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그만큼 경기상황이 좋지 않고, 향후 디플레이션 발생을 걱정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산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지연시켜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선택을 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향후 발생될 제품가격 하락을 걱정하게 되어 투자가 위축된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도입의 정책의도와 달리 소비나 투자는 오히려 지연 위축되게 된다.
 
결국 통화정책 조정 후 경기여건의 변화는 수요와 공급을 담당하는 기업, 가계의 태도 전환에서 시작된다.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경제주체들의 반응이 크지 않다면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의 공급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이다. 유동성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재정 지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것이다. 다만 재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비, 투자를 동시에 부양시키기는 어렵다. 우선 개인소비와 연계된 지출을 늘려 수요를 만든 다음, 민간기업 투자가 이어지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미치는 금융시장의 변화는 어떨까? 우선 낮아진 금리수준을 유지시키게 될 것이다. 금리가 가격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자산은 채권이다. 따라서 채권가격을 상승시키고, 금리를 하락시킬 것이다. 낮은 금리는 채권보유 기관의 평가이익을 지속시키고, 정부 및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경제적 중요성이 크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이에 따른 저금리는 주식시장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첫째, 금리하락은 현금흐름 합계의 할인율을 낮추어 현재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기침체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기업실적을 유지하거나, 혹은 새로운 성장주로 재조명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높은 가치평가를 가능케 한다.
 
둘째는 낮은 금리 대비 배당수익이 부각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우량기업들의 경우 성장성은 둔화되고 있지만 보유현금은 크다. 기업의 현금보유 목적은 궁극적으로는 투자, 혹은 배당인데, (유보시키는 경우는 투자, 배당 결정을 미루는 것일 뿐이다.) 현재 기업은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배당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혹 배당을 크게 늘리지 않더라도 낮은 금리 때문에, 낮지만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돋보일 수 있다. 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 하더라도 배당수익은 마이너스가 될 수는 없다. 다소 극단적인 비유이나 실제로 그렇다.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배경은 결국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일조하고 있는 효과가 있다. 주식시장의 순환매 측면을 보더라도 1) 제약, 바이오, 화장품 등 신 성장주와 2) 지속적, 안정적 배당이 가능한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지주사 등이 순환적인 주도 업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현금보유가 큰 우량주 및 가치주로 순환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의 긍정적 변화로 판단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분명 실험적인 측면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 경제이론 역시 제로 이상의 금리 환경을 토대로 진화되어 왔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미치는 효과를 정확하게 예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역시 불확실하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일종의 극단적 자극제이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미래의 디플레이션 현실화는 발생할 수도, 혹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를 단기간에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도입에 따른 저금리 현상이 오래 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저금리가 미치는 채권 및 주식 등 자산가치에 미치는 영향 역시 지속 가능하다. 주식시장 측면에서 배당수익의 지속성에 대해 점검하고, 이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