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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잇단 증설, 묘수? 악수?
'제2의 꼬꼬면' 우려…'품귀 이미지' 상실도 딜레마
2016-05-12 06:00:00 2016-05-12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식품업계가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넘쳐나는 수요에 원활한 공급으로 대응한다는 게 배경이지만 업계 안팎에선 섣부른 증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오리온(001800)해태제과식품(101530)이 잇따라 생산라인 증설을 단행했다. 
 
오리온은 지난달 11일, '초코파이 바나나' 생산라인 확장을 완료하고 제품 공급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 새로 추가한 라인에서 제품 생산을 시작한 뒤 기존 대비 50% 늘어난 물량을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초코파이 바나나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판매량 1400만개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오리온이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방식의 증설을 단행했다면 해태제과는 신공장까지 새로 준공하는 대대적 증설 투자에 나선 사례다.
 
해태제과는 10일, 일본 가루비사와 공동으로 투자해 강원도 원주시 문막에 허니버터칩 제2공장을 준공을 마치고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면 허니버터칩 공급량은 하루 1만5000 상자에서 3만 상자로 늘어난다. 허니버터칩은 출시된 지 2년이 넘은 제품으로 아직까지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계의 잇단 공장증설이 '묘수'가 아닌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공장증설에 나서 실패한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증설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가, 판매량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제2의 꼬꼬면'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1년, 팔도는 라면 업계에서 '하얀 국물' 열풍을 일으키며 꼬꼬면이 품귀현상을 빚자 500억원을 들여 부랴부랴 생산라인을 증설한 바 있다. 그러나 공장 증설 이후 인기가 시들해지고 판매량이 급감했고, 팔도는 한동안 꼬꼬면 '투자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주류도 지난해 '순하리 처음처럼'이 출시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생산량 확대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순하리 열풍' 역시 1년도 못 가 시들해졌다. 다행히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 라인을 활용한 증산 방식으로,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섣부른 생산량 확대가 결과적으로 '악수'가 된 사례였다.
 
그러나 공장증설에 나서는 업계의 입장은 따로 있다. 생산량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며 '품귀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넘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은 '필연적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히트 상품에 편승하려는 경쟁사들의 수많은 '미투제품'들이 연구 개발과 증설 투자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걸림돌이 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 상품은 시장 전체를 성장시킬수도, 시장 질서를 흐릴수도 있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라며 "다만 경쟁사의 히트 제품을 무분별하게 모방한 미투 제품이 최근 도가 넘치게 늘고 있다는 점은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열린 허니버터칩 제2공장 준공식에서 (좌측부터)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마츠모토 아키라 일본 가루비 회장,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가 CI 제막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태제과)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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