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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가습기살균제 PHMG 유해성 검증 없이 안전 판정"
민변 송기호 변호사 "흡입독성 시험 안해"
2016-06-09 12:32:10 2016-06-09 19:13:39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유해성 검증 없이 안전 판정을 내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자부가 지정한 안전검사기관이 PHMG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해 흡입독성 시험은 하지 않은 채 자율안전확인(KPS) 안전성 검사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가 지정한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지난 2007년 8월 17일~27일까지 '베지터블 가습기클린업'(홈케어·글로엔엠) 제품에 대한 안전성검사를 실시하면서 '낙하 시험'과 '누수 시험'을 진행하고 염산, 황산, 수산화나트륨 등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으로 드러난 독성 물질인 PHMG 검출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안전성검사 조사 항목에는 PHMG 검출 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결국 해당 제품은 KPS 마크를 부착한 채 5년 가까이 시중에 유통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11월 '베지터블 가습기클린업'을 포함해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한빛화학), '세퓨 가습기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아토오가닉) 등 총 6개 제품이 폐 섬유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수거 명령을 내렸다.
 
송 변호사는 "당시 산자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공산품 안전관리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해당 제품은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세정제'로 신고돼 자율안전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이므로 당연히 흡입 독성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인 만큼 시험기관은 당연히 살균제의 성분을 물어서 확인하고 흡입독성 시험을 진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할 의사가 없었다면,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세정제' 검사 기준을 적용한 후 자율안전관리신고필증을 교부해선 안 됐다"며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어떠한 법적 근거로 '세정제' 검사 기준을 적용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2007년에 이뤄진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검사는 제3의 국가 지정 시험기관에서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안전 검사를 한 것으로 의의가 크다"며 "당시에 시험기관이 흡입독성 시험을 했다면 PHMG 옥시레킷벤키저(옥시) 가습기에 따른 희생도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측은 "(PHMG가) 지금에 와서야 유해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만 당시엔 조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고 알려왔다. 이어 "PHMG는 그 당시 유해성이 없는 물질로 보편적으로 인정됐기에 검출 여부가 심사 대상이 아니었다"며 "산자부 산하 인증심사기관은 PHMG가 조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지난 2007년 8월27일 발부한 '베지터블 가습기클린업'(홈케어·글로엔엠)에 대한 안정성검사결과서(왼)와 '베지터블 가습기클린업'(홈케어·글로엔엠) 안전검사 통과 마크 부착 제품 사진(오). 자료 / 송기호 변호사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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